탈원전 독일은 '전력수출'...친원전 프랑스는 '전력수입'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7 12:29:16
  • -
  • +
  • 인쇄
폭염에 가동중지...LNG사재기로 국제적 민폐
동일설계 반복건설탓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놓은 저장탱크들 (사진=연합뉴스)


원전에 대한 맹신으로 에너지 위기를 대응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이 27일 발간한 '독일의 에너지전환 실적과 탈원전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준전시상황에도 꾸준히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한 덕분에 전력 수출량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원전에만 의존했던 프랑스는 원전 결함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대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 16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마지막 남은 원전 3기의 전원을 껐다. 폐쇄 시점에 대한 의견은 갈렸지만, 원전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이 지난달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응답자의 74%는 태양광을 선호했고, 65%는 풍력을 선호한데 비해, 원전에 대한 선호도는 28%에 그쳤다.

현재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48%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보다 8.5% 늘었고, 재생에너지 전력 수출량도 7.3%나 증가했다. 지난해 유럽은 전례없는 폭염으로 전력소비량이 급증했다. 이 시기에 프랑스와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냉각수 이상으로 원전 발전량이 감소한데다 강 수위가 낮아져 수력발전도 줄어들어 전력난을 겪었지만, 독일은 전력난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국들에게 전력을 수출했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난 2022년 한해에만 전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4950억달러(약 659조원)에 달했다고 했다. 지난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9.9%를 기록한 반면 원전 발전비중은 9.2%로 2000년 16.8%보다 크게 감소했다. 원전이 더는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너지전환포럼)

독일에 비해 원전을 맹신했던 프랑스는 원전 무더기 가동중단으로 현재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프랑스는 같은 설계도로 계속해서 원전을 반복 건설해왔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노후 원전들에서 심각한 냉각배관 균형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에 프랑스는 56기 원전들의 냉각배관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결국 가동중단 원전이 늘어나면서 프랑스 전기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동중단 원전들이 10여기였던 지난해 상반기 프랑스의 평균 도매 전기요금이 메가와트시(MWh)당 224.6유로에 달했다. 같은시기 독일의 전기요금은 178.4유로로 26%나 차이났다. 원전을 무더기 가동중단했던 지난해 8월 프랑스의 선물 도매 전기요금은 MWh당 무려 1130유로까지 올랐다. 당시 프랑스 전력을 제공해준 독일의 선물 전기요금도 덩달아 995유로까지 폭등했다.

원전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프랑스는 에너지 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사재기에 나섰다. 이 때문에 LNG 국제가격이 폭등했다. 원자재 거래조사업체 케이플러(Kpler)가 올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LNG 수입량은 2490만톤으로, 유럽 전체 수입량 9470만톤의 25%를 차지했다. 프랑스가 수입한 LNG 가운데 580만톤은 러시아산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불똥을 맞았다. 지난 2020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미국 LNG 수출량의 13.2%를 차지했는데 2022년에 7.6%로 쪼그라들었다. 프랑스가 미국산 LNG를 1200만톤이나 수입한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2021년 천입방피트당 7.5달러였던 미국산 LNG는 2022년 12.5달러로 67%나 치솟았다.

에너지전환포럼은 "결국 한국은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에게 밀리면서 미국보다 LNG 가격이 비싼 호주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해야 했다"면서 "프랑스의 사례는 OPR-1000, APR-1400 원전의 반복 건설을 통해 건설비를 저감해온 국내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