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농가 스스로 원인규명하라고?"...양봉법 제도정비 시급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0 19:33:00
  • -
  • +
  • 인쇄
재해대책법에 꿀벌폐사 포함하고 밀원수 가꿔야
공익가치 12조원...정당한 몫 '직불제'로 돌려줘야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기후위기로 공익적 가치가 12조원에 달하는 양봉산업이 존폐의 기로에 있어 매년 소모적인 지원금에 그칠 게 아닌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는 최근 수년째 꿀벌이 대규모 집단폐사를 겪고 있어 유지조차 어려운 양봉산업을 정상화시키고,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법안들이 논의됐다.

양봉산업의 직접생산물은 연간 5000억원 규모다. 양봉산업이 키워낸 꿀벌들의 화분매개 서비스에 생태계의 30%가 의존한다. 화분매개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12조원에 달한다. 또 양봉산물은 화장품, 주류, 의약품 등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꿀벌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자원인 햇빛과 물을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자원비(非)낭비적인 산업'으로 불린다.

하지만 생태계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양봉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올 3월 2일까지 봉군 40~50만여개가 폐사했다. 통상 벌통 하나에 꿀벌이 2만여마리가 산다고 가정하면 총 78~83억마리의 꿀벌이 죽은 셈이다. 지자체가 나서 피해농가에 매년 입식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시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이처럼 피해가 현실적으로 나타나더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재해인정'을 받지 못해 중앙정부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된다. 발제를 맡은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사동천 교수는 "꿀벌이 축산업에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원인 규명이 쉬운 소·돼지·닭 등에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며 "날아다니는 꿀벌의 특성상 사체도 제대로 남지 않아 집단폐사 원인규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사 교수는 "앞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복합적 요인으로 가축폐사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원인불명'이라는 이유로 농업재해에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농어업재해대책법 제2조 제2호에 '가축의 원인불명의 집단폐사'를 추가하는 개정시안을 제시했다. 과학적 규명에 앞서 실현된 현상에 대해서는 제도상에서라도 재해로 반영해 시급하게 꿀벌이 사라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사 교수는 '양봉직불금'의 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탄소저감이나 생물다양성 확대 등의 역할을 양봉산업이 대가 없이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생산액보다도 높은 양봉산업의 뛰어난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원래 받아야 할 몫을 돌려주고, 지원금에 더해 농가 소득안정을 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사 교수는 "농촌에 가더라도 농지나 택지로 가득해 양봉장으로 이용할만한 땅이 없다"면서 "그렇다면 산지를 이용해 임야에 양봉장을 조성함으로써 양봉산업이 생태계 복원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내에서 사유림의 비중이 66.8%로 국유림에 비해 훨씬 크다. 사 교수는 "워낙 시급한 사안이니만큼 사방사업처럼 국가사업으로서 개인의 임야도 적정지로 확정되면 당사자에게 통지하고, 이의신청을 받더라도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법무법인 무영의 송인택 대표변호사는 "밀원수를 심으면 돈을 주는 사유림에 대한 밀원직불제처럼 사유림 산주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펼쳐야지 국가가 강제로 하기는 어렵다"며 "시행령에는 옥수수도 밀원수로 돼 있고, 산림청이 목백합을 심는 등 경제림 위주의 식재 방식을 바꾸고 제대로 된 밀원수를 많이 심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림 면적 630만헥타르(ha) 가운데 유의미한 밀원수종 면적은 15만3000ha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꿀벌 250만여군을 수용하려면 2배 면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동수 양봉협회 법령개정위원회 위원장은 "2007년에도 봄철 이상기온으로 냉해가 왔고, 제대로 착화가 안 돼 꿀생산이 줄었고, 꿀벌이 집단적으로 실종되는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는데 이마저도 농가의 부주의로 인정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면서 "병해충, 외래 천적인 등검은말벌의 발생 등 변온동물인 꿀벌의 폐사는 기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꿀벌 폐사의 농업재해 인정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롯데·이마트, 메탄 감축목표 '낙제점'..."육류 위주 공급망이 문제"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육류·유제품·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목표가 '낙제점'이라는 국제환경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20일 글로벌 환

FC서울 홈 개막전 앞두고...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회용기' 도입

서울시가 오는 22일 열리는 FC서울 홈 개막전에 맞춰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의 편의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시는 서

기후/환경

+

기후위기가 '청년소득' 줄인다...알파세대는 2억원 넘게 손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면 호주 청소년세대가 평생 약 18만5000달러(약 2억7700만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글로벌 컨설

기후테크 협의체 '그린테크얼라이언스' 사단법인으로 출범

그린테크얼라이언스(GreenTech Alliance)가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그린테크얼라이언스

기온 2℃ 오르면…'식량불안 국가' 3배로 늘어난다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할 경우 식량불안을 겪는 국가의 수가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23일(현지시간)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보고서에

남극 이상고온에 황제펭귄만 나홀로 개체수 증가...왜?

남극의 이상고온으로 황제펭귄(King Penguin)의 번식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개체수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젠투펭귄 등 다른 펭귄

[기후테크] "습식 CCUS 기술로 포집효율 최고로 끌어올렸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바로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입니다."씨이텍의 이윤제 대표는 탄소중립 시대의 현실적인 해법

역대 가장 더웠던 '최근 10년'...바다 에너지 흡수량 '포화상태'

지난 10여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다가 인류 에너지 사용량의 18배에 달하는 열을 흡수하며 온난화가 가속되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