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배출 3.1%p 낮춘 '탄소중립 기본계획' 확정...시민단체 반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1 16:33:14
  • -
  • +
  • 인쇄
정부 "매년 추진상황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개"
시민단체 "요식행위 토론..차기정부에 떠넘겨"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제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계 탄소배출 목표를 3.1%포인트(p) 낮춘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확정되자, 시민단체들이 "최악의 행보"라고 비판했다.

1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전날 전체회의에서 확정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가 수립한 원안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기본계획 전체 목표를 언급하면서 "도전적인 계획이기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이행 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년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 이행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종전 44.4%에서 45.9%로 늘리고, 산업부문 감축목표는 14.5%에서 11.4%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노동계, 야당은 우리나라가 이미 유엔에 제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달리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1%포인트(p) 낮춘 것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며 '사실상 탄소중립 포기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산정해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 부여된 탄소예산은 45억톤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한국에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총량인 '탄소예산'이 2030년 90%가량 소진하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산업부문 감축목표가 낮아져 우려스러운 점이 크다"며 "산업전환을 미룬 채 효과도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이 세계로부터 탄소중립의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우리 경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여론수렴 절차도 문제로 불거졌다.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의 법정기한을 3일 앞둔 지난 22일 '지각 공청회'를 개최했다. 게다가 180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안을 공청회 하루전에 공개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이 내용을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고, 토론할 기회마저 박탈했다.

이같은 비판에 탄녹위는 당초 지난달 17일까지였던 기본계획 의견수렴 기한을 지난 4일까지 2주가량 연장했지만, 결국 시민사회의 주요 요구내용에 대한 반영없이 사실상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의견수렴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대비 2030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원안대로 14.5%에서 3.1%p 하향조정한 11.4%다. 현정부 임기내 연평균 감축률이 2%로 유지되다 2027년부터 9.3%로 늘어나 '차기정부 떠넘기기' 비판을 받았던 목표치도 원안 그대로 통과돼 감축부담의 75%를 후임 정부가 떠안게 된 셈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금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어린이 1만4617명이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윤 당시 후보는 "탄소를 유발하는 에너지를 크게 감축하고, 무탄소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탈내연기관 목표는 기본계획에서 사라졌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30%에서 21.6%+α로 오히려 후퇴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한 대로 2042년까지의 장기계획이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 필수사항들도 누락됐다.

그럼에도 탄녹위는 탄소감축 실효성이 불분명하고 상용화 시점이 요원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에 대해 'CCUS 산업·기술혁신 추진안'만을 추가로 내놨고, 기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개정하거나 기후변화적응법(가칭) 제정을 추진해 법적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임기내 '1.5℃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CCUS 비중을 줄이고, 산업부문 목표 14.5%를 원상복구 해야 한다"며 "RE100 캠페인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제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반드시 상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해당 계획이 법정 요건이 결여된 상태로 부실하게 구성된 이유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기후특위를 중심으로 경위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가려내야 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향후 국민제안과 행정감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재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오는 14일 환경·노동·인권 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부세종청사 부근에서 탄소중립 기본계획 폐기 후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는 '414기후정의파업'이 예고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뷰펠] 에너지 저장하는 '모래 배터리' 개발...베트남 스타트업의 도전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