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장고 '해안습지' 2100년에 90% 사라진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11: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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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으로 습지 점차 육지로 이동
방파제 등 육지구조물이 습지이동 막아
▲2015년 촬영된 '그레이트 시페위셋 습지' (사진=MBL)

금세기말에 이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전세계 해안 염습지의 90% 이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해양생물학연구소(MBL)는 매사추세츠주 팔머스에 있는 '그레이트 시페위셋 습지'(Great Sippewissett Marsh)에서 1971년부터 50년간 대기 중 질소의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염습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염생습지라고도 불리는 염습지는 해안가에 형성돼 바닷물이 드나드는 습지로 염생식물 등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염습지는 질소를 순환시키고 탄소를 흡수해주는 '탄소저장고'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고 많은 어패류 및 조류의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대기 중 질소의 증가가 습지 식생에 주는 영향을 50년간 추적 관찰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특히 해수면 상승이 습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기 중 질소가 증가하면 습지 생태계는 번성한다. 하지만 해수면이 상승하면 습지 자체가 바다에 잠기기 때문에 생태계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이 상승하면 낮은 곳에 살던 염생식물들은 더 높은 쪽으로 옮겨서 자랄 수 있지만,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 이마저도 잠길 수 있어 서식 터전을 잃게 된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이반 발리엘라(Ivan Valiela) MBL 학자는 "전세계 염습지의 최소 90% 이상이 금세기말까지 물에 잠겨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해안 환경의 특성을 바꿀 큰 변화"라고 우려했다. 이어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 저습지 식물은 서식할 공간이 사라져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염습지가 육지로 이동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염습지가 육지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대부분의 해안가 육지들은 방파제를 비롯해 인위적 구조물들이 습지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염습지 생물들은 해수면 상승과 인간의 개발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받는 일명 '해안압착(Coastal squeeze)'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켈시 치노우스(Kelsey Chenowth) MBL 연구보조는 "방파제는 육지쪽으로 습지가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있다"면서 "해수면 상승이 빨라지고 있어 습지가 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습지생태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파악하고 손실을 방지하거나 적응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면서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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