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개였던 둥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번식 멈춘 남극 바닷새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5 17:40:37
  • -
  • +
  • 인쇄
기후변화가 일으킨 남극 눈보라가 번식 방해
번식할 시기에 도둑갈매기 둥지 한개도 없어
▲남극풀마갈매기 (사진=위키백과)

기후변화가 일으킨 눈보라로 인해 남극 바닷새들이 번식을 못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남극 새들의 주요 번식지 중 하나인 스바르타마렌(Svarthamaren)의 강설량과 적설량이 예년보다 훨씬 늘면서 바닷새들의 번식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해는 남극도둑갈매기, 남극풀마갈매기, 흰풀마갈매기 등 남극의 새들이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연구진은 스바르타마렌에서 도둑갈매기 둥지를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극풀마갈매기와 흰풀마갈매기 둥지도 거의 사라졌다.

▲흰풀마갈매기 (사진=위키백과)

연구의 제1저자 세바스티앙 데캉스(Sebastien Descamps)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바닷새 서식지에 폭풍이 오면 번식 성공률이 낮아지는 점을 감안해도 번식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만 마리에 달하는 새 가운데 눈보라 기간동안 번식에 성공한 개체는 하나도 없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스바르타마렌과 인근 유툴세센(Jutulsessen)은 세계 최대의 남극풀마갈매기 군락지이자 흰풀마갈매기와 남극도둑갈매기의 필수 보금자리다. 198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스바르타마렌에는 2만~20만마리의 남극풀마갈매기 둥지와 약 2000개의 흰풀마갈매기 둥지, 100개 이상의 남극도둑갈매기 둥지가 있었다.

반면 2021~2022년도에는 남극풀마갈매기 둥지가 3개뿐이었고 흰풀마갈매기 둥지도 소수에 그쳤으며, 도둑갈매기 둥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유툴세센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번식 중인 남극풀마갈매기 둥지가 수만 개에 달했지만 2021년~2022년 여름에는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새들은 눈이 없는 맨땅에 알을 낳기 때문에 눈이 쌓이면 새끼를 기르지 못한다. 게다가 폭풍이 오면 체온 및 둥지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에도 큰 힘이 든다.

▲남극도둑갈매기 (사진=위키백과)

이번 연구는 극한기후가 바닷새 개체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데캉스 연구원은 기후모델 예측에 따르면 그 심각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곳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퍼져 있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라며 "남극의 경우 최근까지 반도를 제외하고는 기후변화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최근 남극 대륙에서도 그 영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폭풍의 강도가 "새들의 번식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관련 예측모델의 정확도가 개선되기를 희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