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북극 해빙…북극고래 서식지까지 바꾼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5 08:50:02
  • -
  • +
  • 인쇄
얼음 감소하면서 겨울에도 북극서 서식
이동경로 바뀌면 원주민 공동체도 영향
▲바다를 헤엄치는 북극고래 (사진=위키백과)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북극고래(bowhead whale)의 이동양상이 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립대학(OSU) 연구진은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북극고래들이 베링해협 북부에 머무는 빈도가 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고래 개체군의 건강 및 고래에 의존하는 원주민 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태평양 북극에서 발견되는 북극고래는 대개 베링해 북부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캐나다 보퍼트해로 이동해 여름과 가을을 보낸다. 겨울이 되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추크치해에 빙하가 형성돼 베링해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이 닫힌다. '베링~추크치~보퍼트' 경로로 이동하는 북극고래 무리는 북극 4개 개체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이 해빙·기상정보와 함께 11년동안 고래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최근 몇 년간 해빙이 감소하면서 일부 고래들은 남부 추크치해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음 감소로 고래의 주요 서식지가 사라져 겨울이 돼도 고래들이 더이상 북극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해빙이 적은 해에는 봄철에 북부로 이동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점도 발견했다. 얼음이 줄고 개방수역이 늘어 봄철 이동시기가 약 한 달 정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안젤라 세지오카(Angela Szesciorka) OSU 해양포유류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북극온난화로 해빙이 감소하면서 겨울철 베링해가 개방되는 기간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빙하가 사라지면 고래에 의존하는 원주민들의 삶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다른 종들이 북극으로 유입돼 자원경쟁, 포식자 증가, 또는 선박충돌이나 어구와 같은 인간의 영향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염고래의 일종인 북극고래는 1년 내내 북극과 아북극 해역에 사는 유일한 고래다. 몸길이 19~24m, 무게는 최대 80~100톤(t)까지 나가며 큰 두개골을 사용해 최대 45.7cm 두께의 해빙을 뚫고 요각류 및 크릴과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수명은 최대 200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1800년대와 1900년대 초반 상업포경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이에 1970년대에 미 연방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점차 개체수가 회복돼 현재 대략 2만5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빙은 북극고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슬린 스태포드(Kathleen Stafford) OSU 박사는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들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피난처로 해빙을 이용할 수 있고, 얼음으로 뒤덮인 물은 개체간 의사소통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극의 해빙은 1979년 이후 10년마다 약 13% 감소했으며 표면 온도는 당시 지구평균보다 4배 빠르게 올라갔다. 만년설이었던 추크치해의 해빙은 여름이 될 때마다 녹아 수명이 일년생으로 줄었다.

연구진은 고래의 이주변화가 북극고래에 의존해 영양적, 문화적, 정신적 생존을 이어가는 원주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고 지역사회의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빙이 사라지면서 베링해협으로 통하는 길목이 범고래 등의 포식자와 상선들에게 개방된다는 위험도 있다.

세지오카 연구원은 "온난화로 매우 빠르게 변하는 북극에서 어떤 영향이 생겨날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극고래가 "대개 선박을 마주해온 경험이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며 해빙손실로 선박 교통량이 늘 때 북극고래가 선박에 충돌하거나 어구에 얽힐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조사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연구결과는 '운동생태학(Movement Ecology)'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