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보증금제' 과태료 부과?...환경부와 지자체 '엇박자'

전찬우 기자 / 기사승인 : 2023-01-06 08:00:03
  • -
  • +
  • 인쇄
환경부는 과태료 부과 검토..지자체는 '계획없다'
소비자들 기피에 매장들 "왜 우리만 하나" 보이콧
▲보증금을 돌려주고 회수된 일회용컵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매장 (사진=독자제공)

두번의 유예끝에 세종과 제주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둘러싸고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세종과 제주에서 참여 매장을 늘리기 위해 과태료 부과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과태료보다 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일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는 매장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분간 부과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계 반발을 줄이고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과태료가 아니라 업체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은 후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직접 반납하거나 매장이나 주민센터, 시청 등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인반납기를 통해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지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이 적용대상이다.

환경부는 당초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려고 했지만 준비미비 등으로 세종과 제주에서만 지난해 12월 2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개인카페를 제외하는 등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참여를 거부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많았고, 음료를 구매한 매장에 다시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대상 매장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00여개 매장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도 시행을 밀어붙였던 환경부는 난감해진 상황이다. 2년을 질질 끌다가 겨우 세종과 제주에서 실시하게 됐는데 이마저도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급해진 환경부는 '과태료 부과'까지 꺼내들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에 공조해야 할 지자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환경부는 3년 이내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제도운영 방식이라면 세종과 제주에서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커피값 300원 인상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보증금제를 실시하지 않는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탓이다. 세종 맘카페에서는 "컵비용이 300원이 안될텐데 왜 300원을 더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음료를 다 마시고 씻어서 가져오면 돈을 돌려주겠다는데 그럼 재활용쓰레기장은 왜 있는 것인가"라며 보증금제에 대한 불만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보증금제 매장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보니 보증금제 실시 이후 매출이 줄었다는 매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보증금을 반납하러 온 고객이 동전을 받기 싫다고 카드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해달라고 하거나 바코드가 없는 컵을 가져와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보증금제를 적용할거면 전부 다 해야지 왜 일부만 하느냐"며 "프랜차이즈 매장에 우선 시행하는 건 사실상 자영업자 살리기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환경부는 지자체가 보증금제 적용대상을 개인카페 등으로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