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법이 인종차별?…유엔, 첨단기술 의존 경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9 08:55:02
  • -
  • +
  • 인쇄
특별조사관 "소외집단·원주민 희생 강요"
인종차별 해결 없이 생태위기 극복 불가

유엔 관계자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기술 의존이 인종차별을 영속시킨다는 경고를 남겼다.

27일(현지시간) 텐다이 아퀴메(Tendayi Achiume) 유엔 인종차별조사관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및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첨단 자본주의 해결책에 대한 세계의 의존이 인종차별을 고착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퀴메 조사관은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토지 재야생화를 포함한 친환경솔루션이 소외된 인종·민족 집단과 원주민을 희생시키면서 구현되고 있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생태위기 해결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나서 인종정의나 인종차별에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다"며 "환경, 기후 등 생태위기와 관련해 취하는 모든 행동이 인종적 정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행동은 인종적 종속을 해소하는 현장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법학교수인 아퀴메 조사관은 2017년 여성 최초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최초로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및 편견을 조사하는 유엔 특별조사관으로 임명됐다.

그의 공개발언은 종종 논란이 되었다. 그는 보고관으로서 영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브렉시트와 관련된 편견의 증가를 경고하고 '적대적 환경' 이민정책의 폐지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모로코, 네덜란드, 카타르 정부에도 "출신국에 기반한 사실상의 카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종차별과 기후생태위기 간 관계를 다룬 보고서를 10월 유엔 총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천연자원 추출 및 신흥 디지털기술, 글로벌 개발프레임워크가 인종적 불평등을 부채질한다는 점, 그리고 노예제도와 식민주의에 대해 배상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는 재임 초기부터 인종 불평등의 핵심 요인으로 제기됐던 문제라고 아퀴메 조사관은 덧붙였다.

그는 보고서에서 "지구 생태위기는 동시에 인종정의의 위기"라며 "생태위기는 인종, 민족, 국가적으로 소외된 집단들에게 불균형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에 따르면 국가를 막론하고 오염, 생물다양성손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 대부분이 이러한 소외집단이다.

따라서 기후정의는 반인종차별적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퀴메 조사관은 인종 불평등을 야기한 구조가 이제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데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인종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배가시킨다"고 꼬집었다.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화석연료 대안은 이미 기술에 필요한 광물 추출과정에서 소외집단들을 환경피해에 노출시키고 있다. 아퀴메 조사관은 이를 '녹색희생구역'이라고 묘사했다.

가령 전기차로의 전환은 "전기차의 환경영향 및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고려하지 않고" 차량을 일대일로 대체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주민 공동체와 인종적으로 소외된 공동체가 청정에너지 혁신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녹색전환은 인종정의를 중심에 두지 않는 한 이를 희생하고 불의를 재생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체제가 환경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단순한 접근방식으로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퀴메 조사관에 따르면 이는 환경파괴와 인종불의로 부를 축적한 기업들이 이제 그 피해를 되돌리고자 다시금 자본주의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퀴메 조사관의 보고서가 10월 유엔총회에 제출된 후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COP27기후변화정상회담에 참석한 대표단은 저개발국들이 기후재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손실 및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에 합의했다.

이에 아퀴메 조사관은 "배상을 요구하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손실 및 피해 기금의 설립방식이 실제로 요구되는 바를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원주민집단과 인종·민족적 소외집단이 이미 기후파괴와 환경피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세계 북반구 지도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세우든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위치에 그치고 있다고 짚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기후/환경

+

또 새벽에 '흔들'...아프간 규모 6.3 지진에 주택 '와르르'

9월과 10월에 세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11월 초부터 또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3일(현지시

中 '기후리더' 노리나?...'석탄 1.5억톤과 탄소 4억톤 감축' 깜짝 발표

중국이 향후 5년간 석탄 사용을 1억5000만톤 줄이고 이산화탄소 4억톤을 감축하겠다는 탄소절감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중국 신화통신과 차이나데일리

호주 야당 '2050 넷제로' 지지 철회…총선 앞두고 입장 뒤집기?

호주 보수 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던 '2050 넷제로(Net-zero)' 목표를 공식 철회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수립한 '2050 넷제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철새들 월동지 '주남저수지' 11월 생태관광지로 선정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1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창원 주남저수지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한국의 습지는 시베리아․몽골고원 등의 대륙과 일본·

삼성물산, 카타르 탄소압축·이송설비 공사수주..."최소 1.9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카타르의 초대형 탄소 압축·이송설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카타르에너지LNG(QatarEnergy LNG)가 발

[날씨] 또 찾아온 '가을 한파'...강풍에 체감온도 '뚝'

'가을 한파'와 함께 11월 첫주를 맞이했다.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2일부터 찾아온 추위는 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아침 기온이 5∼10℃가량 크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