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기업] 일회용품에 도전...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품 순환체계 만들었죠"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8 13:48:48
  • -
  • +
  • 인쇄
다회용품 대여서비스 2년 한달에 30만개 제공
곽재원 대표 "연내 지방으로 서비스지역 확대"
▲ 다회용컵 들고 있는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newstree


영화 '한산'을 보기 위해 왕십리 영화관을 방문했다. 영화관 취식 허용이 된 이후 관객들은 저마다 팝콘과 콜라를 들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 상영관 앞 쓰레기통은 관람객들이 버린 팝콘통과 콜라컵이 넘쳐 바닥에까지 뒹굴고 있었다. 대부분 이물질이 묻어 재활용 못하고 소각되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일상속 넘쳐나는 일회용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곽재원 대표(41)는 다회용기 대여서비스를 하는 '트래쉬버스터즈'를 설립했다. 사실 곽 대표는 처음부터 일회용품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10년 가까이 서울시 산하의 축제 기획을 맡아 일했다. 그는 "당시 1년에 200건 정도의 축제가 열렸는데 그 많은 축제들의 뒷정리를 하다보니 끝도없는 배출되는 일회용품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다회용기 대여서비스' 아이디어가 반짝 떠올랐다고 한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청년 프로젝트 투자 사업 아이템을 선정했고, 그는 동료들과 다회용기 대여서비스 사업을 신청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의 팀은 2년동안 서울시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곽 대표는 그 길로 축제 기획을 바로 그만두고 동료들과 2019년 9월 트래쉬버스터즈를 설립했다. 이후 제품을 론칭하기까지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 컵 (사진=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기 대여서비스 초기시장을 공략한 트래쉬버스터즈는 브랜드를 알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회용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행사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다. 회사를 설립하고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주문이 300건 넘게 밀려왔다. 그는 "언론에 소개된 이후 1년동안 출동 스케줄이 꽉 찰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이 성공했구나' 하는 즐거움도 잠시였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곽 대표는 "코로나19로 모든 축제가 취소되면서 다회용기 대여서비스 주문도 모조리 취소됐다"며 "1년동안 매출이 전혀 없었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니 많이들 떠났다"고 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곽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회사 사내 탕비실이나 카페에서 많은 양의 일회용품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장개척에 나섰다. 기업들이 하루 필요한 컵의 개수를 탕비실에 비치해놓으면, 직원들은 다회용기를 일회용기처럼 사용한 다음 비치된 수거함에 넣는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저녁마다 이를 수거해 세척한 후 다시 제공하는 것이다. 곽 대표는 "KT 광화문 본사에 대여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개월동안 60곳이 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카페와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다회용기 세척기 (사진=트래쉬버스터즈)


올 7월 기준으로 트래쉬버스터즈가 1년 8개월동안 제공한 다회용기는 600만개가 넘는다. 한번에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2000개까지 다회용기를 제공한다. 곽 대표는 현재 한달에 30만개 정도 제공되는 다회용기를 1500만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곽 대표는 서비스 지역을 서울을 넘어 부산과 울산 등 지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부산과 울산으로 서비스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후 순차적으로 충청북도와 강원도까지 다회용기 대여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회용기가 일회용품보다 더 많이 생산되면 그것 또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냐는 질문에 곽 대표는 "트래쉬버스터즈는 단순히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순환체계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다회용기 소재는 PP(폴리프로필렌)인데, 상처가 나거나 재사용이 어려운 다회용기는 작은 조각으로 분해한 후 새로운 다회용기를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트래쉬버스터즈가 설립되고 다회용기 대여서비스 시장에 붐이 일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하는 업체가 30개 정도 생겨났다. 이들과 비교해 트래쉬버스터즈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우선 시장을 먼저 선점했기 때문에 네임벨류가 있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트래쉬버스터즈만의 자동화 세척 설비 덕분 아닐까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회용 그릇과 숟가락·포크, 컵 (사진=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제공했던 다회용기들의 세척을 모두 자동화했다. 초음파세척, 애벌세척, 고압세척, 열풍소독, UV 살균건조, 정밀 검수 등 6단계 세척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자동화 세척설비 덕분에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다회용기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뿐만 아니라 세척할 때 사용한 물은 버리지 않고 정화해서 재사용하고 있다.

곽 대표는 "운송과 세척 비용을 낮추는 등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노력 끝에 현재 다회용기 대여가격은 일회용품 가격이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 컵뿐만 아니라 다회용기 그릇, 숟가락·포크 등으로 상품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곽 대표는 "시작은 다회용기 컵으로 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 메가박스 상암 월드컵경기장, 홍대 CGV등 영화관에서 시범사업으로 다회용컵과 다회용 팝콘 용기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 록페스티벌에서는 다회용 식기와 포크도 제공할 예정이다. 

곽 대표는 "앞으로는 큰 식당이나 장례식장과 계약해 일회용품을 대체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더 안정화되면 국내를 넘어서 해외로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과 영국에서 다회용기 대여서비스를 해줄 수 있냐고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힌 곽 대표는 "다회용기가 지금의 일회용품처럼 흔하게 사용되는 세상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