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잠도 못자게 한다…여성·노인 등 피해 더 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3 16:54:23
  • -
  • +
  • 인쇄
지구온난화로 야간 기온상승해 숙면에 방해

기후위기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수면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켈튼 마이노(Kelton Minor)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박사가 주도한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세계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단축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숙면은 건강과 복지에 매우 중요하나, 지구온난화가 밤 시간의 온도를 낮보다 훨씬 더 빠르게 증가시켜 수면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면부족은 지구기온이 계속 오르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집한 수면 및 야외기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68개국에서 4만7000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면추적 손목밴드를 통해 약 700만번의 수면 기록 데이터를 분석에 사용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기온이 높아지면 이에 맞춰 수면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구촌 평균 수면시간이 이미 연간 44시간 감소해, 1년에 11일가량은 충분한 수면시간의 기준인 7시간도 못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몸은 매일 밤 잠들 때 시원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기온이 오르면 이러한 유지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일부 그룹은 타 그룹보다 기온상승에 따른 수면손실을 더 크게 입는다. 온난화 1℃당 발생하는 수면손실은 남성보다 여성이 약 1/4 정도 더 높고, 65세 이상 노령인구에서는 2배, 개발도상국에서는 3배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잠을 잘 때 신체가 식는 속도가 남성보다 더 느려 기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여성의 평균 피하지방 수치가 더 높아 냉각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노인은 야간수면시간이 줄고 체온조절기능이 떨어져 기온변화에 따른 민감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창문셔터, 선풍기,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수면에 더 큰 지장을 겪을 수 있다.

더욱이 열대야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기후와 상관없이 모든 국가에서 나타난다. 연구진은 야간온도가 10℃ 이상 오르면 자연적으로 서늘한 기후든 온난한 기후든 수면에 지장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예상과 달리, 따뜻한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기온이 상승하는 정도에 따라 더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심장마비, 자살 및 정신건강위기, 사고 및 부상이 증가하는 등 건강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업무능력이 감소한다. 연구진은 수면부족 역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사람들이 열대야에 적응할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마이노 박사는 "우리 대부분에게 잠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친숙한 부분"이라며 "우리는 인생의 거의 1/3을 잠자는 데 보내지만 세계 많은 국가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잠을 충분히 못 자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사에 따르면 열대야로 줄어든 수면이 엄청난 인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령 인구 100만 도시의 야간온도가 25℃ 이상일 경우 4만6000명의 인구가 수면단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폭염 사례만 해도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수면부족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노 박사는 이번 연구가 도시, 마을, 건물의 열적응력을 높여 기온상승에 따른 건강영향을 줄일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영국정부의 공식 고문들은 정부가 급속한 기후위기의 증가, 특히 폭염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연구에서 수면단계와 같은 수면의 질은 다양하게 평가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밤에 깨는 횟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인도, 중국, 콜롬비아 및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부 수집됐지만 부유한 국가의 데이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마이노 박사는 "저소득층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중동 등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원어스(One Earth)'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