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일자리라고 꼭 안전할까?...'녹색 일자리'의 함정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7 10:38:03
  • -
  • +
  • 인쇄
탄소중립 본격화하면서 '녹색 일자리' 늘어
친환경 기술원료·재활용 산업 직원안전 취약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친환경 일자리'. 친환경 일자리라고 하면 나무를 가꾸거나 티끌하나 없는 전기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리 안전하고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각국 정치인들이 이달말 개최 예정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녹색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지만 '환경에 좋은' 일자리가 꼭 '직원에게 좋은' 일자리를 뜻하지 않는다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20년간 청정에너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구리,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광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 코발트 생산량 70%, 저장량의 5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발트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코발트 채굴장 주변 노동조건은 열악하고, 아동노동력 착취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조차도 풍력터빈 날개를 제조하는 일과 같은 '녹색 일자리'로 분류되면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유럽 산업안전보건청(EU-OSHA)은 "우리는 '녹색'을 안전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경에 좋다고 해서 항상 친환경 직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으로 알려진 재활용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산업부문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사례가 전체 산업 평균 대비 17배 높았다. 게다가 재활용 산업 종사자들은 고농도의 먼지와 내독소(체내에 보유되어 균체 밖으로 독소가 분비되지 않는 독소)에 노출되고 있으며 100명 가운데 84명꼴로 직업과 관련된 피부, 호흡기, 소화기, 근육 질환을 겪고 있다.

FT는 재활용 분야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예시로 전기·전자폐기물 재활용 부문을 짚었다. 전기·전자폐기물은 제도권 안에서 처리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납, 수은, 브롬계 난연제 등 다수의 독성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납과 카드뮴에 지나치게 노출된 나머지 옷과 머리카락에 유해물질이 남아있었고, 그들을 맞이한 자녀들이 납중독에 걸린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위험한 전기·전자폐기물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보내져 비공식적으로 재활용 처리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17.4%만 제도권에서 재활용하고 있고, 83%는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어떤 식으로 재활용되는지 알 수 없다"며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건강이 보호돼야 하고, 오염 원인자인 배출자와 생산자가 책임을 져야 된다"고 밝혔다.

FT는 앞으로 각국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같은 사례는 늘어만 갈 것이라며 생산자들이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체 가능하고 안전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노동자들에게 메뉴얼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국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남양유업, 종이팩·멸균팩 재활용한 백판지 '포장지로 사용'

남양유업이 멸균팩을 재활용해서 만든 포장지를 사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남앙유업은 지난 5월 천안시, 제지업체 등 8개 기관∙업체와 '종이

빵부터 트럭 20대까지...SPC, 푸드뱅크에 3200억 기부

푸드뱅크에 빵과 아이스크림 등을 기부해온 SPC그룹이 기부식품 배송용 차량도 앞으로 5년간 계속 기부하기로 했다.SPC그룹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

김성환 환경부 장관 "기후에너지부 신설 막바지…미세 조정만 남았다"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기후특위) 전체회의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해 "마지막 미세 조정중"이라고

하나금융, 지난해 ESG경영활동 5.5조 사회적 가치창출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ESG 경영활동이 약 5조5359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하나금융그룹은 18일 발간한 '2024 ESG 임팩트 보고서'를

LG화학 '리사이클 사회공헌 임팩트 챌린지' 공모전 개최

LG화학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함께 '리사이클 사회공헌 임팩트 챌린지'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LG 시스템에어컨, 플라스틱 사용 줄여 탄소배출 저감

LG전자가 시스템에어컨 제조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공법을 적용해 탄소배출을 저감한다LG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UV 라인란드(TÜV Rhei

기후/환경

+

시원한 북유럽도 옛말...7월 30°C 최장기간 폭염 시달려

추운 날씨의 대명사로 불리는 북유럽 지역이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렸다.1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을 비롯한 북위도 지역이

낙동강 '녹보경보' 시료 채취 당일 발령한다

독성물질을 지닌 녹조가 수돗물의 원수인 취수구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류경보 채수위치를 취수구 인근 50m 이내로 조정하고, 물에서 녹조현상이 발견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양구서 원충 감염 모기 발견

국내에서 말라리아 감염 모기가 발견되면서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가 떨어졌다.질병관리청은 최근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모기류에서

배추 한포기 7000원?...폭염과 폭우 반복된 이상기후탓

폭염과 폭우가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이상기후탓에 배추 가격이 1.5배 뛰면서 현재 1포기 7000원까지 치솟았다.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

올해 한반도 '첫 태풍' 오나... 태풍 '링링' 북상중

태풍으로 발달할 수도 있는 열대저압부가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북진 중인 제28호 열대저압부는 20일 제12호 태풍 '링링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불법 유통업체 '적발'

인증받지 않은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이하 저감장치)를 불법 제조·유통한 업체들이 적발됐다.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전국 9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