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로 1만4000종 무척추동물 서식지 파괴됐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0 15:23:03
  • -
  • +
  • 인쇄
호주 무척추동물 60종 멸종위기종 등재 권고
"화재피해 95% 무척추동물..대중관심 못받아"
▲호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오기리스 할마튜리아(Ogyris halmaturia)종. 빅토리아주에서는 멸종됐으며 현재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에 개체가 남아있다. (사진=NESP 보고서 캡처)


호주에서 2019~20년도에 걸쳐 발생한 산불로 무척추동물 1만4000여종이 서식지를 잃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프로그램(NESP)의 연구에서 호주 무척추동물 1만4159종의 서식지가 산불로 소실됐고, 무척추동물 1209종의 50%가 산불에 사라졌다. 연구보고서는 실제 피해를 입은 종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자들은 무척추동물 1209종 가운데 60종을 호주의 멸종위기종에 추가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캥거루섬 암살거미,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아틀로마스틱스속 노래기,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에서 발견되는 날도래의 일종 등이 포함된다. 뱅크셔 몬타나 가루깍지벌레(Banksia montana mealybug)는 이미 산불로 인해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멸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불로 파괴된 캥거루섬 암살거미 서식지 (사진=NESP보고서 캡처)


특히 캥거루섬 암살거미는 호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고대 암살거미종 중 하나로, 물새를 닮은 특이한 모양 때문에 펠리컨 거미로도 불린다. 암살거미라는 명칭은 다른 거미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들은 산불에 취약한 저지대 초목 낙엽 속에 서식한다. 게다가 현존하던 캥거루섬 암살거미의 서식지는 2019~2020년 산불로 완전히 파괴됐다. 이후 4km 떨어진 다른 위치에서 단 2개의 표본이 발견됐다.

연구의 공동저자 제스 마쉬 박사는 "이는 많은 무척추동물들에게 공통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식지 범위가 너무 작은 종은 한 번의 산불에 전체 종의 존속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NESP은 산불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곤충과 절지류 등 무척추동물의 숫자가 척추동물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심은 코알라와 같은 인지도가 높은 동물에 집중돼 있어, 이같은 사실이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연구저자 중 한명인 존 위나르스키 찰스다윈대학 교수는 "화재로 피해를 입은 동물의 약 95%는 무척추동물이지만 이는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학자들은 일부 종은 알려진 기록이 한두개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호주의 무척추동물은 총 11만1233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많은 종은 개체 수에 관한 기록이나 자료가 없다.

멜버른대학의 또다른 공동저자인 리비 럼프는 이번 연구가 관심이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소위 "정보가 부족한" 종을 보전하는 어려움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많은 무척추동물은 개체 자체가 희귀하거나 분포가 제한돼 있고 척추동물을 비롯한 다른 눈에 띄는 종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쉬 박사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호주의 무척추동물 보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박사는 무척추동물을 보존할 방도로서 서식지 전체를 보호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러한 접근법이 잘 알려진 종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종들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시사했다.

마쉬 박사는 "무척추동물은 대중의 여론부터 의사결정권자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존계획에 무척추동물을 포함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척추동물은 호주의 독특한 포유류와 조류에 가려져 있지만, 수분 작용이나 분해자, 더 큰 동물의 먹이원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나르스키 박사는 많은 생물종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호주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학자들이 권고한 60여종이라도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다면 호주 무척추동물 보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