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입는데 남녀 구분할 필요있나요?"...의류업계 부는 성다양성 바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09-08 18:54:28
  • -
  • +
  • 인쇄
의류업계 견고한 벽 부수는 '퓨즈서울'과 '라이킨'
성별과 체형 상관없이 '모두에게 편안한 옷' 추구
몸에 꼭 끼는 여성용 옷들. 겉보기는 이쁘지만 입고 있으면 왠지 불편하다. 이에 비해 남성복들은 품이 넉넉해서 입고 있으면 편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여성과 남성 구분없는 속옷과 의류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 할지라도 여성복은 남성복에 비해 몸의 윤곽을 더 드러낸다. 심지어 같은 가격과 종류의 옷인데도 여성복은 남성복에 비해 소재나 마감이 뒤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여성에게 더 많은 지출을 강제하는 이른바 '핑크택스' 논란마저 나오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우리는 사탕껍질이 아니라 옷을 입고 싶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성다양성을 핵심가치로 걸고 의류업계의 견고한 벽을 부수기 위해 도전장을 낸 기업들이 있다. 


◇ 옷을 통해 사회변화 꿈꾸는 '퓨즈서울'
▲ '퓨즈서울'에서 판매하는 여성·남성 공용 정장(사진=퓨즈서울)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골반이 넓다. 그렇다면 여성용 바지도 남성복에 비해 밑위가 넉넉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성복에는 라인이 들어가 남성복에 비해 몸이 끼는 편이다.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는 "우연히 남동생의 운동복 바지를 입어봤는데 여성운동복과 달리 매우 편해서 놀란 적이 있다"며 "편하게 입으려고 만든 운동복마저 여성용은 소화불량과 여성질환이 걸릴 정도로 매우 불편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여성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창업계기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실 옷을 만들 때 남성복을 많이 참고한다"면서 "남성복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파악 후 여성복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판매 후에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여성복이 기능성보다는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주 소비층인 여성들이 원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는 여성의류업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정색했다. 그는 "여성소비자들은 여태껏 제대로 된 편안한 의류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입고 있는 여성복들이 편한지 안편한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편하다고 소문나면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품귀현상까지 빚어지는 여성복 제품들이 종종 있지만 여전히 크롭티같은 불편한 제품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게다가 "패션계는 고객의 요구와 상관없이 본인들이 소비자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같은 느낌"이라고 피력했다.

성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답게 '퓨즈서울'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를 비판하는 '나 정도면 멋있지' 프로젝트와 성폭력과 불법촬영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지하철 광고 '#With You'가 그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이런 이슈참여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그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저 적절한 시점에 그 일을 내가 하는 것일뿐"이라고 답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탈 코르셋'에 대해서도 "탈코르셋을 그저 후줄근한 옷을 입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며 "슈트 등을 잘 활용하면 여성에게 가해지는 외모 압박을 벗어나면서도 얼마든지 멋있는 옷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안하면서 기능성 있는 여성복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여성소비자들이 더이상 불편한 여성복을 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 성별·체형 상관없는 속옷 '라이킨'

▲ 라이킨에서 판매하는 드로즈(사진=라이킨)


여성용 속옷은 기능성보다 디자인을 강조해 실제 착용자들이 편안하게 입고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속옷에 대해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하고 있어 "여성 속옷은 타인에게 보여주는 옷이 아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신체조건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여성속옷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라이킨'이다. 라이킨 관계자는 "디자인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개인의 신체 특성에 따라 혈액순환 장애, 위생을 고려하지 않은 소재 사용으로 피부습진이나 땀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여성용 속옷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라이킨은 화려함이 아닌 건강과 편안함,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속옷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라이킨 제품은 '여성용' 속옷이 가진 편견을 깨고자 노력하고 있다. 남성 속옷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드로즈를 여성용으로 탈바꿈 시킨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라이킨 관계자는 "여성은 삼각팬티, 남성은 사각팬티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기 위해 여성용 드로즈를 만들었다"면서 "트렁크와 드로즈가 남성용 속옷의 명칭이 아닌 그냥 속옷의 한 종류로 단어의 의미가 축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속옷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또 라이킨은 관계자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초첨을 맞춰 성별이나 신체, 성향에 관계없이 내 몸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