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한마디에 17% '뚝'...널뛰는 비트코인에 투자금 몰리는 까닭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9:19:23
  • -
  • +
  • 인쇄
▲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이 17%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높아보이긴 하네."

지난 20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날린 이 한줄의 문구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새 17% 고꾸라졌다. 그 전날 비트코인 가격은 7만4000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직후 일어난 일이다.

한동안 4만달러대에 머물던 비트코인을 7만달러까지 끌어올린 사람도 일론 머스크였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고, 이렇게 오른 가격을 다시 끌어내린 것도 일론 머스크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즈를 비롯한 해외 언론은 '머스크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독일 블록체인연구소 공동창립자 레나트 안트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활동이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주제로 논문까지 등재한 상황이다.

논문의 결론은 "개인의 트윗이 암호화폐의 수익과 거래량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래 표의 사건번호 1번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프로필을 수정한지 7시간만에 비트코인의 누적초과수익률이 18.99%를 달성했다.

▲레나트 안트가 논문에서 인용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어록 (출처=독일 블록체인연구소)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식에 하룻밤 사이에 1000만원 올랐다가 '가격이 높다'는 일론 머스크의 한마디에 하룻밤 사이에 1000만원이 떨어지는 비트코인 가격. 이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돈을 풀어 유동성을 늘리는 대규모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4조달러였던 통화량은 12월에 6조5000억달러로 증가했다. 불과 1년도 안되는 사이에 2조5000억달러의 돈이 시중에 풀린 것이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달러 유통량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사례는 드물었다.

유동성 증가는 화폐가치 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투자자들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자산을 찾아나섰고, 그 투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희소하지만 얼마나 더 매장돼있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다른 행성에서 채굴해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임의로 찍어낼 수 있는 화폐나 매장량을 가늠할 수 없는 금처럼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상대적 안정감을 준다.

둘째로 비트코인의 반감기이다. 비트코인은 약 4년에 걸쳐 21만개가 채굴될 때마다 채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반으로 준다. 지난해가 비트코인 반감기였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든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셋째로 관련 산업과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민간분야 할 것 없이 여러 기관에서 비트코인을 도입하고 있다. 전세계 기업들은 23일 기준 총 132만4120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고, 그 가치는 665억달러에 육박한다. 페이팔은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플랫폼 내 활성 계정 수가 1600만개 이상 급증하면서 3억7700만개를 달성했고, 2020년 4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비트코인 반감기. 비트코인은 매 반감기 이후 1.5년 이내에 구간 내 정점을 찍었다. (출처=코인메트릭스)


문제는 비트코인이 실물화폐도 법정화폐도 아니라는 점이다. 비트코인 자체가 가진 효용가치나, 비트코인이 정당한 지불수단임을 국가에서 보증해주지 않는다. 비트코인 가치는 결국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반응하는 시장참여자들의 변덕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한 채 채굴량이 바닥나게 되면 거품이 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례로 레나트 안트는 '머스크 효과'에 대해 "트윗 하나가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1110억달러 증가시킬 수 있다면, 또다른 트윗 하나가 그만큼의 가치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과 채굴시 필요한 어마어마한 전력량을 들어 "극도로 비효율적인 자산"이라며 날을 세웠다.

인도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했다. 인도정부는 암호화폐 금융거래 통제가 쉽지 않아 불법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암호화폐 가격의 불안전성도 크다며, 투자자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문가들 역시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다"며,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는 여러 기준으로 볼 때 "이상 급등이고 앞으로도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평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