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박진영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1 15:51:33
  • -
  • +
  • 인쇄
▲폭염 사진(사진=연합뉴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소니아 세네비라트네 교수 연구팀은 전세계 14개 화석연료 대기업 가운데 한곳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으로 50건 이상의 폭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2000~2023년까지 전세계에서 발생한 폭염은 213건으로, 모든 대륙에 걸쳐 발생했다. 이 폭염에 엑손모빌, 사우디 아람코 등 화석연료와 시멘트 기업 180개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2000~2009년 폭염 발생 가능성은 약 20배 높아졌고, 2010~2019년동안은 200배 높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900년 이후 발생한 폭염의 절반은 이들 기업이 기여한 것으로 봤다. 개벌 탄소배출원 기여도 분석에서 산업화 이전이었으면 불가능했을 폭염이 16~53건에 달한 것으로 나왔다. 폭염의 평균온도 편차는 2000~2019년 1.7℃, 2020~2023년에는 2.2℃로 높아졌다.

실제로 180개의 화석연료 기업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탄소배출 상위 14개 기업들의 배출량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30%를 차지했다.

세네비라트네 교수는 "기후변화는 기업과 같은 소수에 의해 유발됨을 입증했다"며 "이러한 탄소 배출원의 기여도를 추적하고 정량화하는 것은 기후변화 책임을 확립하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EM-DAT(전세계 재난 및 피해 데이터베이스) 재난데이터와 기후모델을 결합해 산업화 이전과 현재 기후를 비교하며 폭염 특성을 시뮬레이션했다. 이어 180개 화석연료 기업들이 지구 평균기온에 끼친 영향을 추정하고, 이를 폭염의 발생 확률과 강도에 귀속시켜 기업별 기여도를 산출했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에서 폭염만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허리케인, 가뭄, 홍수 등 다른 극단적 기후현상까지 포함한다면 기업의 책임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프치히대학교의 기후과학자 카르스텐 하우스타인은 "부정과 반과학적 수사가 기후 책임을 없애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폭염으로 인해 생명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 피해를 막지 못하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지난 5월 독일 고등법원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 선례를 남겼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판결 목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이번 연구 결과는 법적 및 정책적 조치의 초석이 되어 기업의 기후변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소송의 한 단계 '도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9월 10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APEC]전세계 유통기업들 '경주선언' 채택...'AI·친환경' 협력

전세계 유통기업 리더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되는 경주에서 모여 'AI·친환경·국제표준'을 미래 유통산업 발전을

하나금융, 시니어 일자리 창출 위한 도시락 제조시설 개소

하나금융그룹이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함께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반찬 도시락 제조시설 '한 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를 개소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百, 울릉도·독도 자생식물 종자 35종 시드볼드에 기탁

현대백화점이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울릉도·독도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민간기업 최초로 '백두대간 글로

이재상 하이브 대표 "K팝 넘어 K컬처로…글로벌 성장 선순환 이룰 것"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가 전세계 청년세대에게 K팝 방법론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전역에 '문화·경제적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 나갈 청사진을 제

기아, 전기 PBV 'PV5' 택배차량으로 본격 공급한다

내연기관 중심의 택배 차량들이 친환경 전기차량으로 전환된다. 기아는 자사의 친환경 전동화 모델인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

[알림] 11월 6일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개최합니다

오는 11월 6일 국내외 녹색금융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는 '제5회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 강남구 웨스틴

기후/환경

+

[APEC]전세계 유통기업들 '경주선언' 채택...'AI·친환경' 협력

전세계 유통기업 리더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되는 경주에서 모여 'AI·친환경·국제표준'을 미래 유통산업 발전을

"1.5°C 목표 실패...아마존이 사바나될 것"...유엔 사무총장의 경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전세계 정상들이 모여 합의한 '지구평균기온 1.5℃ 억제하자'는 목표는 이미 실패로 돌아갔다는 판단이

기후변화로 해양자본 갈수록 훼손...WEF "해양경제 붕괴 막아야"

세계경제포럼(WEF)이 기후변화와 오염으로 해양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27일(현지시간) WEF가 공개한 보고서 '해양경제가 지속가능한

[날씨] 첫서리·첫얼음에 가을이 '꽁꽁'...추위 언제 풀리나?

갑자기 추위가 몰려오면서 첫서리가 내리고 얼음까지 얼었다. 가을에 찾아온 때이른 추위는 오는 29일 낮에 물러날 전망이다.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

밤하늘 곤충이 사라진다…레이더가 포착한 생태계 이상신호

밤하늘을 날던 곤충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국립기상청(Met Office)과 국가대기과학센터(NCAS) 연구진은 2014년~2021년까지 영

“기후대응이 수익구조로 변질”…브라질 연구진 '기후상품화' 비판

브라질 연구진이 기후대응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이윤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2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환경정책 연구기관 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