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로 수십년 공들여 키운 포도밭이 한순간 잿더미가 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1일 캘리포니아주 산림화재보호국(CalFire)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는 나파 카운티에서 발생한 '피켓 산불'(Pickett Fire)이 11일째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2750헥타르(ha, 약 127.5m²)가 불탔다.
지금까지 산불을 끄는데 2000명이 넘는 소방인력과 176대의 소방차, 9대의 소방헬기, 35대의 불도저가 동원됐지만 진압률이 65% 수준이다.
사상자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지만 피해액이 크다. 산불에 소실된 포도원 규모는 610ha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6500만달러 규모다. 우리 돈으로 약 906억원이다.
잿더미로 변한 포도원을 복구하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실제 손실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산불로 인한 손실액은 약 450만달러이지만, 이를 복구하기까지 수십만달러가 들어간다는 게 포도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는 산불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도 연기에 오래 노출되면 탄맛이 배면서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이번 산불로 캘리포니아주 와인 산업이 입게 될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에 와이너리 농장들은 연기흡수 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포도의 연기 노출도를 테스트하고, 연기에 피해를 입은 포도들을 미세발효시켜 사용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의 벤 몽프티 포도재배·양조학과 교수는 "연기에 취약한 품종 및 내성이 강한 품종을 조사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농작물 보험사들은 사상 최초로 연기 피해를 보상하는 지수형 화재보험도 내놨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포도밭이 연기에만 노출돼도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불이 잦아지면서 보험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고 있다고 포도 재배업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2020년 산불 이후 보험료는 연간 4만달러(5600만원)에서 연간 30만달러(42억원)까지 8배 가까이 올랐다"며 "대부분 가족경영으로 이뤄지는 나파지역 와이너리의 95%는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