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서남부 애리조나주에 거대 모래폭풍이 덮쳐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건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전날 저녁 애리조나주의 주도 피닉스 일대에서 발생한 거대한 모래폭풍 '하부브'(Haboob)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
소셜서비스(SNS)에는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모래폭풍은 SF영화 속 한 장면처럼 도시를 통째로 뒤덮이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과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미쳤다" "새로 나온 종말 영화인가?"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힌다"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갈색 모래와 먼지로 뒤덮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모래폭풍이 지나간 직후 몰아친 강력한 뇌우와 강풍에 가로수와 전봇대들이 많이 파손되면서 정전까지 발생했다. 미국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피닉스를 포함한 마리코파 카운티 등에서 5만5000여 가구가 정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닉스에 사는 한 주민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다가 모래폭풍을 맞았다"며 "먼지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리더니 강풍이 차를 뒤흔들기 시작했다"며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람은 15분가량 이어졌고, 그 이후 넘어진 가로수와 쓰레기들이 뒤엉켜 도로는 쑥대밭이 돼 있었다"고 했다.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는 시속 113㎞의 돌풍이 불어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와 터미널 지붕 일부가 파손됐다. 뿐만 아니라 시야 불량과 강풍으로 인해 약 1시간 동안 모든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됐다.
모래폭풍 '하부브'는 여름철 사막 지역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기가 불안정할 때 발생한 뇌우가 강력한 하강기류를 일으켜 지표면의 모래와 먼지를 날리면서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모래·먼지는 계절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리조나주에 최근 38℃를 넘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계절풍 강도를 키워 도심 전체를 뒤덮는 모래폭풍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이같은 모래폭풍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국립기상청(NWS) 기상학자 숀 베네딕트는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1970년대 이후 미국 남서부 지역에 국지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며 "또 가뭄이 길어지거나 일부 건조 지역이 확장되면서 지역별 강수량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인 습도 차이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 뇌우 발생률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보다 강력한 먼지폭풍을 일으킬 발판이 된다"며 모래폭풍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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