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205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을 4배 늘리기 위해 신규 원자로 인허가를 18개월 이내로 단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 원자력 산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 4건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편, 에너지부 산하 시험 절차 간소화, 연료 공급망 강화, 산업기반 재건 등이다.
원전 설계 및 운영 인허가를 담당하는 NRC는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와 협력해 내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도 시행하게 된다. 원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그만큼 인력이 필요없다는 계산에서 인력감축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에는 신규 원자로 인허가를 18개월 이내에 완료하고, 기존 원전의 운전연장 신청도 1년 이내에 처리하도록 했다. 또 에너지부는 향후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실증 및 시험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립연구소뿐 아니라 민간부지에서도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첫 실증 목표는 2026년 7월까지 3기 원자로가 임계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연료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고농축우라늄(HEU), 고농도 저농축우라늄(HALEU), 삼중수소 생산용 재고 확보 등을 포함한 전 주기체계 강화를 지시했다. 현재 미국은 우라늄 농축과 가공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산 핵연료 확보와 연방토지 내 신규 원전 건설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폐쇄된 원전 부지를 군 기지의 전력 자립 허브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전력망이 취약한 기지를 중심으로 해당 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또한 사용된 핵연료 및 재처리물의 재활용 가능성 평가와 장기 관리 방안도 마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을 현재 100GW에서 400GW로 확대하겠다"며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해 소형 원자로부터 대형 원자로까지 다시 세계 최고로 도약할 것"이라 말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전 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건설은 수십년째 지지부진하다. 최근 조지아주 보글 원전에서 완공된 2기는 당초 계획보다 7년 이상 늦어졌고, 예산은 170억달러 이상 초과됐다. 차세대 원전 개발을 준비중인 민간기업들은 그간 NRC의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전문가들은 독립 규제기관인 NRC의 권한 약화가 오히려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연합회의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안전을 우선하지 않으면 원자력 산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NRC가 이미 심사기간 단축 등 내부 개혁을 진행 중인 만큼, 무리한 조직 개편이 오히려 승인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러시아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에너지부는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 등에서 신규 원전 건설 가능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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