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풀고 EU는 조이고...기후규제 양극화에 韓 전략은?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7 16:58:15
  • -
  • +
  • 인쇄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기후리더십이 크게 약화되고, 유럽연합(EU) 중심의 친환경 규제는 강화되면서 기후정책의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정세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는 다각적인 녹색시장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한국환경연구원은 반(反)환경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 1기 정부와 비슷한 양상으로 기후·환경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1기의 기후·환경 정책의 주요 기조는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했던 기후환경 정책을 모두 지우는 것에서 시작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오바마 정부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추진한 청정전력계획(CPP)을 백지화하고, 화석연료와 전기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약도 탈퇴했다. 특히 자국 내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을 확대하고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분야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는 '에너지 우위 전략'을 펼쳤다. 이런 식으로 완전히 폐지한 기후·환경 관련 정책 및 제도만 98개에 달했다.

이에 연구원은 곧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1기 때처럼 전임 정부가 시행하던 정책을 부정하는 것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철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등을 내걸었다. 또 바이든 정부 환경청(EPA)에서 수립한 메탄 배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등에 대한 규제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에 의해 미국이 파리협정을 또 탈퇴하게 된다면 5년 단위로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NDC도 수립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2030 NDC를 수립한데 이어, 2035년까지 61~66% 감축하겠다는 2035 NDC를 수립했는데, 트럼프가 이 계획을 백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같은 공약들이 실현되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의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기후정보 웹사이트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 대부분이 폐기될 시 미국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당초 미국의 목표 배출량보다 40억톤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반대로 유럽연합(EU)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EU는 올해부터 신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선을 기존 110.1g/㎞에서 93.6g/㎞로 강화할 예정이며,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역외 생산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뿐만 아니라 에코디자인이나 미세플라스틱 등 전반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 기후위기 패권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리더십을 포기할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규제가 느슨해지는 국가들과 EU 중심의 강력한 규제를 하는 국가들로 양극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한 NDC를 기반으로 일관된 정책과 전략을 이행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기후리더십 부재 속에서 한국이 다자주의적 협력을 강화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기술개발과 녹색금융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며 "양극화 된 기후정책 상황 속에서 다각적인 녹색시장 접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美 SEC 또 뒤집기..."ESG 주주결의안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결의안을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에

트럼프發 ESG 후퇴?..."EU 주도 ESG 정책기조 지속"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도 향후 국내외 ESG 정책기조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제6차 대한상의 ESG 아젠다그룹 회의'를 열

LG전자, S&P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2년 연속 '톱1%'에 선정

LG전자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2년 연속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톱 1%'에 선정됐다고 13일 밝혔

환경부,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재활용한다

환경부가 12일 오전 수도권자원순환센터(용인시 처인구 소재)에서 한국환경공단, 한국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이하 이

"국내 100대 기업, 공급망 ESG 공시율 절반 수준"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공급망 ESG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한 기업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12일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발표한 국내 매출

[신간] 'ESG 공시' 기준과 전략 2025

주요 ESG 공시기준이 거의 다 확정되면서 재무제표 방식의 ESG 공시는 필수가 됐다. ISSB 공시기준이 기후공시를 기준으로 글로벌 ESG 공시의 기준선으로

기후/환경

+

서쪽은 폭우, 동쪽은 폭설…美 '대기의 강'으로 기상수난

'대기의 강'과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서부는 폭우가 쏟아지고 동부는 폭설이 퍼붓고 있다.13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은 산불 피해를 입었

'초콜릿' 또 오르나?...이상고온에 카카오 수확량 급감

2년 사이에 3배가량 올라버린 초콜릿의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수확량이 기후변화로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1

LA 산불지역 주택 뒤덮은 분홍가루...알고보니 '독성 중금속' 범벅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곳곳에 뿌려졌던 분홍색 가루가 독성물질 범벅인 것으로 밝혀졌다.13일(현지시간) 남캘리포니아대학

거대한 탄소창고 '이탄지'...무분별한 개발에 '탄소폭탄'으로 돌변

엄청나게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습지와 늪지대 등 '이탄지'가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탄소폭탄으로 돌변하고 있다. 이에 이탄지를 엄격하게

남극 장보고기지 8.1℃..."1월 기온으로 역대 최고"

남극에서 1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 기온이 관측됐다.극지연구소는 올 1월 1일 '남극장보고과학기지'의 최고 기온이 8.1℃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메탄 줄이는 사료첨가제가 발암물질?...꼬리를 무는 음모론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가 암이나 불임을 유발한다는 등 근거없는 음모론에 휘말렸다. 이 음모론은 억만장자 빌 게이츠까지 끌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