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달리면서 충전한다...국내연구진 '무선충전' 기술개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16 12:21:21
  • -
  • +
  • 인쇄
▲왼쪽부터 변영재 교수(원), 서석태 박사, 조현경, 김정호 연구원 (사진=UNIST)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자동차가 달리면서 충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변영재 교수팀은 주행중인 전기자동차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선전력 공급 트랙'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트랙을 달리면 차량에 끊김없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배터리 무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선전력 공급 트랙'은 일자 형태의 전자파 발생기에 전류를 흘려보내 근처에 원형의 자기장을 만들고, 이 자기장이 전기자동차 하단에 부착된 고리 형태의 전력 수신기를 통과하면서 전력이 무선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여러 개의 전선으로 넓고 강한 자기장을 형성시키는 방식으로, 자기장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력이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전기차는 이 넓은 자기장이 형성한 전력 공급 트랙 위에서 유연하게 주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높은 효율로 일정한 전력을 보낼 수 있게 전자파 발생기를 구성하는 전선의 가닥수와 간격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도 확보했다. 전력수신기(Receiver)는 전력발생기로부터 전력을 최소한의 손실로 받기 위해 강자성체를 포함해 H형 강자성체로 설계돼 전기차가 다양한 주행 방향과 각도에서 효율적으로 전력을 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

▲무선전력 공급트랙이 적용된 예시 (자료=유니스트)


기존에도 도로 위에서 무선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기술이 존재했지만, 대개 아스팔트 바닥 밑에 크고 복잡한 구조물을 설치해야 했다. 또 도로 송신부와 전기차 수신부 양측 모두 고가의 강자성체를 부착해야 했다. 게다가 코일 형태의 송신부와 수신부의 전선이 맞닿을 때에만 충전이 가능해 주행과정에서 끊김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도로에 직선 도선만 깔아놔도 자기장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전기차 수신부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도로 송신부는 값비싼 강자성체를 부착할 필요도 없어, 설치비용이 종전보다 90%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전선이 코일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끊김현상도 없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직선 도선의 경우 충전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어 연구팀은 수신부 강자성체 내부에 생기는 자기 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인 공기층을 포함해 전력 전달 효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연구팀은 "최적화된 전력 발생기와 수신기를 이용해 경로의 수평 방향, 수직 방향, 회전 주행에서 효율을 측정한 결과, 최저 효율 82%, 최고 효율 90%의 안정적인 유연 주행을 보장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무선전력 공급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팀은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및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 표준 인증 등 인체 안전성 검증도 마쳤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적용되면 전기차 배터리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리튬과 같은 자원채취로 인한 공해와 비용을 줄이는 등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넘어서도록 돕는 하나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영재 교수는 "전기차 무선충전의 맹점 중 하나로 휴대폰 충전할 때처럼 코일끼리 마주보도록 놓여야지만 충전되는 '얼라인먼트 이슈'가 있었는데, 이번에 직선 도선으로도 자기장을 고효율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신부를 개발하면서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조현경 제1저자는 "이 기술이 전기차에 적용되면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배터리 양을 줄이면 리튬 등 자원 채취로 인한 공해도 줄일 수 있어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에너지'(Applied Energy) 12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