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노트] 탄소걱정에 해외여행 망설인다면?...'플뤼그스캄' 여행법 7가지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4-03-12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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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노트]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사회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차원에서 생활속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실천하는 분들이 투고한 글입니다. 그동안 혼자 실천해왔던 친환경 생활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이나, 생활주변에서 훼손되는 환경오염 현장들, 그리고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제언을 뉴스트리로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이 글은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국 치앙마이 사원 ©윤여진씨 제공

지구의 온도를 생각하면, 나는 쉽게 우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겁게 해내면 만족스럽기 그지 없을 때가 있다. 조금은 희망차게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즐겁게 다녀온 나의 '덜 미안한' 치앙마이 여행방법을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해외여행에서 얻는 에너지가 크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혔을 동안은 '차라리 비행기를 못타게 돼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그렇다. 비행기 표를 발권하는 순간부터 플뤼그스캄(flygscam)을 느꼈고 '가서 이 수치스러움을 어떻게든 해결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플뤼그스캄'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는 데서 느끼는 죄책감 혹은 수치스러움을 이르는 스웨덴어로, 유럽의 청년들 사이에서 힙하게 퍼져나가는 운동이다. 영어로는 비행기(flight)와 부끄러움(shame)을 합쳐 '플라이트 셰임'이라고 한다.

'덜 미안한' 여행을 위해 첫번째로 나는 탄소를 덜 배출하는 항공권을 구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다른 비행기에 비해 탄소를 23% 덜 배출한다는 문구를 보자마자 마우스 버튼에 힘을 줬다. '뭐든 적다는데 그럼!'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에 통장도 기뻐했다.

비행기 탑승할 때 텀블러는 반드시 들고 타자. 승무원분들이 흔쾌히 텀블러에 음료를 주신다. 나는 쓰레기를 만들기 않기 위해 비행기에서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기내식도 먹지 않았다.

두번째로 나는 치앙마이 여행에 앞서 태국인 친구에게 3개 문장을 태국어로 번역해달라고 부탁했다. '빨대는 필요없어요' '내가 가져온 용기에 넣어줘요' '일회용품은 괜찮아요'.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적어도 음료는 빨대없이 텀블러에 받아먹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치앙마이는 영어로 다 해결이 돼서 사실 그 문장을 보여준 것은 딱 한번뿐이었다. 그래도 '여행전에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실천하고 온다'라는 다짐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지도 모른다.

세번째로 여행 필수용품으로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 장바구니, 제로웨이스트 여행용 비누세트(샴푸바,린스바, 바디워시바)를 챙겨갔다. 용기를 가져가지 않은 이유는 도시락 통을 현지에서 구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약간은 걱정하며 '혹시 텀블러에 음료를 줄 수 있나요? 빨대없이요!'라던지, '혹시 남은 음식을 여기에 가져가도 되나요?'라고 조마조마하게 물을 때마다 '당연하죠!'라는 반응과 텀블러 할인까지 해주는 매장에 갔을 때는 기분이 정말 '째질듯이' 좋았다. 여행을 하며 찍힌 사진 곳곳에 좋아하는 친구가 준 텀블러와 함께 찍힌 사진이 지금도 기분을 좋게 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다가 공원에서 펼치고 앉아 일몰을 감상하기도 했다. 여행용 비누세트는 숙소에 대부분 비치돼 있는 대용량 어메니티를 사용하는 바람에 린스바만 썼지만, 그래도 최소한 샤워를 할 때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왔다는데 만족했다.

▲여행전 미리 준비해간 텀블러와 장바구니, 제로웨이스트용 여행용 비누세트는 여행내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데 유용하게 사용됐다. ©윤여진씨 제공

네번째, 치앙마이나 태국에서 생산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았다. 물건을 사기전에 원산지를 물어보고, 로컬제품과 핸드메이드 제품을 주로 구입했다. 또 업사이클링이나 중고의류 가게를 찾아가서 사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사기전에 지름신이 와서 사는 건지 정말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사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머무는 기간이 길었기에, 사고 싶은 것을 일주일 정도 다시 생각하고 사지 않은 제품도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링거팩으로 만든 필통을 사왔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품이다보니 프라이탁만큼 힙함을 얻은 것같아 즐겁다.

다섯번째, 나는 여행 내내 시간이 나는 대로 쓰레기를 주웠다. 플로깅을 하기 위해 한국에서 쓰레기 집게도 챙겨갔었다. 아침에 러닝을 하거나,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동네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타고 온 비행기에 대한 탄소를 상쇄하는 마음, 치앙마이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 어쩌다 보니 오늘 내가 무심결에 쓰게 된 쓰레기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치앙마이의 거리를 닦았다. 다시 오고 싶은 도시 치앙마이를 조금이나마 깨끗하게 치웠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던가? 공원에서 잃어버린 물건도 운좋게 다시 찾았다.

여섯번째, 나는 '식물을 기반으로 한' 숙소에서 머물렀다. 치앙마이에서 비건호텔로 유명한 '그린타이거호텔'이 있다. 사실 이곳에 숙박하고 싶어서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도 크다. 하지만 워낙 인기있는 숙소라 3일 이상 숙박이 허락되지 않았다. 조식과 어메니티가 비건으로 제공되므로, 먹고 쓰는 동안 경이로움도 느꼈다. '그래 적어도 최소 한끼는 채식이었다!'라는 지구(地久)력을 다지는 하루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여행시 숙소를 선택할 때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겠지만, 환경적 부분도 함께 고려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곱번째, 이런 나의 활동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나눴다. 다행히 친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기회로 '나도 사실 퇴근길에 쓰레기를 한봉지 줍고 들어간 적이 있어' 등의 반응으로 본인의 친환경 경험을 공유하거나, 앞으로 본인도 그렇게 해보겠다는 반응으로 지구를 지키는 연대감이 같이 형성되는 것같아 행복했다. 이렇게 새로운 것들, 불편한 것들에 말랑말랑한 사람들이 조금씩 물들어간다면 우리의 여행문화가 그리고, 생활이 조금은 지속가능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여행중 틈틈이 쓰레기줍기(플로깅)를 하고, 챙겨간 젓가락을 사용했다. ©윤여진씨 제공

여행이 불편했냐고 물으면 단연코 'NO'다. 한국에서 휴대폰을 덜 쓰기 위해 로밍과 eSIM없이 간 덕분에 택시 대신에 걷고, 휴대폰을 덜 보면서 탄소를 덜 배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도 나는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이미 비닐봉지에 담겨져 있는 과일을 산다거나, 대비없이 나가서 남겨온 음식을 비닐에 들고온 적도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일회용기에 음료를 마시지 않았고, 주말 시장에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 숙소에서 큰 밥그릇을 빌려가는 등의 노력이 나의 여행을 더욱 뿌듯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잠깐 시간을 내어 쓰레기를 주우면서 길거리가 깨끗해지는 것에 성취감도 느꼈다. 올해 치앙마이는 44℃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치앙마이를 덜 덥게 하기 위해서 '나는 올해도 노력해야겠다'라며, 지구(地久)력을 키워야 하는 좋은 명분도 만들었다.

탄소발자국을 덜 남기기 위한 행동들이었고, 친절한 도시 치앙마이에서는 나의 '불편'할지도 모를 요구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 덕에 여행이 더욱 즐거웠다.



 
 글/ 윤여진(인스타그램 @yeojingrid)
  거제에서 태어나 나무와 숲을 공부했고, 소소하지만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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