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탈탄소 브랜드 '그리닛' 그린워싱으로 신고당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8 11:05:05
  • -
  • +
  • 인쇄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마련뒤 첫 신고 사례
"탄소저감 효과 미미한데 무탄소처럼 홍보"
▲그리닛 브랜드 운영체계. 문제가 제기된 그리닛 서브브랜드 2곳이 붉은색 사각형으로 표시돼있다. (자료=기후솔루션)


포스코가 전면에 내세운 탈탄소 브랜드 '그리닛'(Greenate)이 탄소저감 효과가 미미한 철강제품을 무탄소 철강처럼 홍보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18일 기후솔루션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그리닛'을 홍보한 포스코를 그린워싱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위반)로 신고했다. 이는 지난 9월 공정위가 환경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하고, 환경부가 지난 10월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첫 위반신고 사례다.

기후솔루션이 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광고는 '그리닛 스틸'의 서비스 브랜드인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과 '그리닛 밸류체인'이다. 이 두 브랜드는 실제 탄소저감 효과가 그다지 없는데 마치 기후대응과 환경보호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 그리닛 인증 강철)은 '탄소배출량 0'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탄소배출 저감은 거의 없으면서 이른바 '서류상'으로 만들어낸 탄소배출 제로 철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이명주 철강부문 책임은 "이런 제품을 탄소배출 0 철강으로 앞세워 홍보하는 것은 쉽게 친환경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사례"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해당 제품을 지난 6월 출시하면서 LG전자에 건조기 부품 소재로 200톤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고 홍보한 바 있다.

'그리닛 인증철강'이 탄소배출량 제로가 될 수 있는 것은 '매스 밸런스'(mass balance)라는 계산 방식 때문이다. 지난 6월 포스코가 '매스 밸런스' 방식으로 인정받은 실적은 59만톤이다. 하지만 이 59만톤은 지난 2022년 포스코가 배출한 탄소배출량 7019만톤 가운데 0.8%에 불과하고, 실제 무탄소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이 아닌 일부 강철에 해당 실적을 '몰아줘서' 내놓은 것이라는 기후솔루션의 지적이다.

이같은 '매스 밸런스' 방식의 무탄소 철강제품이 허용되면 시급한 철강부문의 탈탄소 전환이 더뎌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량의 탄소만 감축해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에는 무탄소 철강을 팔고, 느슨한 저개발국가에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철강을 계속해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철강기업들은 굳이 생산방식을 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 없이 석탄기반 고로를 계속해서 유지하게 된다.

'그리닛 벨류체인'은 위장광고로 신고당했다. 이 브랜드의 제품들은 탄소배출의 실제 저감 노력은 전혀 없으면서 단지 '고품질의 제품이라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는 희망사항에 불과한 저감 내용만 있다. 일례로 '이노빌트'(Innovilt) 경우 건물에 들어가는 철강 자재인데, 고객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친환경' 요소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또다른 브랜드 '그리너블'(Greenable) 역시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시설에 쓰인다는 이유로 친환경 브랜드로 홍보하는데, 탄소배출량은 기존 철강 제품과 아무 차이가 없는데 단지 '친환경적인 곳'에 쓰인다는 이유로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들어 기후솔루션은 이날 공정위에 포스코의 그리닛을 그린워싱 브랜드로 신고하고,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강남구 테헤란로 440) 앞에서 규탄 액션을 진행했다. 기후솔루션의 이관행 변호사는 "포스코가 진정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이와 같이 표면적이고 과장된 친환경 마케팅보다,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광복적금부터 기부까지...은행들 독립유공자 후손돕기 나섰다

최고금리 8.15%에 가입만 해도 독립유공자 단체에 815원 기부되는 등 시중은행들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지원에 나서고 있다.8일 KB국민·신

SK이노·카카오·빙그레...광복 80년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에 '한뜻'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독립유공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정부, 사망자 1명만 나와도 공공입찰 제한 추진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공공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

[최남수의 ESG풍향계] 삼성전자vsTSMC...ESG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고 TSMC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선두권

ESG평가원 "포스코, 계열사 잇단 인명사고...ESG등급 하락 전망"

포스코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인명사고로 인해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잦은 인명사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한다..."화석연료 탈피해야"

한국전력공사의 취약한 채무구조가 고착되고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2028년까지 사채발행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기후/환경

+

하늘의 공포 '난기류'...가장 심한 항공 노선은 어디?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더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에서 난기류가 가장 심한 항공노선은 193km 거리의 아르헨티나 멘도사-칠레 산티아고 노선인 것으

EU, 해외 탄소크레딧 구매로 탄소감축?..."탄소투자 위축" 비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佛 파리 면적의 1.5배가 '잿더미'…기후변화가 빚은 산불

프랑스 남부에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파리의 1.5배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기후변화로 발생한 이례적인 가뭄이 산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프

[주말날씨] 천둥·번개 동반한 '국지성 호우'...남부지방 최대 150㎜

이번 주말에 또다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내리겠다. 토요일인 9일 오후부터 일요일인 10일 오후 사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7월 지구온도 1.25℃ 상승…전세계 극단적 기후패턴 두드러져

7월 전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25℃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지구촌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잇따랐다.6일(현지시간) 유

장마철에 몰래 폐수 방류 '딱 걸렸다''...경기도 12곳 적발

장마철을 틈타 폐수를 방류한 업체들이 덜미를 잡혔다.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도내 31개 시군의 주요 폐수 배출사업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