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자산투자 늘리는 ESG펀드...우-러 전쟁 때문?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5 15:32:29
  • -
  • +
  • 인쇄

주요 ESG 펀드들이 화석연료 자산 투자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우-러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ESG 펀드 자산비율에도 영항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모닝스타(Morningstar Inc)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대형 ESG 펀드들이 보유자산의 약 2.3%를 화석연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스타는 "이는 2021년 투자비중 1.4%보다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자산에 대한 투자는 2022년 0.4%에서 0.3%로 되레 감소했다.

호텐스 비오이(Hortense Bioy) 모닝스타 지속가능성 선임연구원은 "자산 보유비율의 변화는 우-러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재생에너지 투자 감소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비오이 연구원은 "이 시기는 ESG에 화석연료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 퇴출' 문구가 빠지자,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일각에서는 "장차 청정에너지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화석연료 사업을 ESG 펀드가 보유하는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ESG 펀드가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을 지속가능성을 달성한 기업으로 한정할 경우 그 규모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ESG 경영 유도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유럽연합(EU)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메이어드 맥기네스(Mairead McGuinness) EU 금융 서비스 및 시장담당 집행위원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이 있다면, 탄소발자국이 많은 기업들도 ESG 펀드에 포함될 수 있다"며 "기업들도 전환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완전한 지속가능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기업이야말로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기업이다"고 덧붙였다.

금융 전문가들은 "ESG 편드가 전환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SFDR 바뀔 전망이다"고 예측했다. 전환 자산이란 현재는 탄소배출 사업이지만 장차 친환경 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말한다.

다만 ESG·지속가능 펀드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EY)에 따르면, EY가 실시한 기후 위험 공개 평가에서 자산운용사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매트 벨(Matt Bell) EY 기후변화 이사는 "ESG 금융 포트폴리오의 투명성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EU는 "투자자들이 기업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ESG 펀드를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실제 프랑스 금융감독청은 최근 자산운용사가 여전히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화석연료 기업을 제외할 경우에만 국가 ESG 펀드 라벨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실제 모닝스타에 따르면 EU 제9조 ESG 펀드가 소유한 석유 및 가스 자산의 경우 2021년 초 0.6%에서 지난 분기에는 0.1%로 감소했다. 제9조 ESG 펀드는 EU에서 가장 강한 ESG규제를 적용받는 펀드다.

향후 ESG 투자 수익 전망에 대해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정에너지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2023년 S&P 글로벌 청정 에너지 지수는 약 30%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S&P 글로벌 석유 지수는 약 3% 하락하면서 청정 에너지 사업이 확연한 약세를 보였다. 비오이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원자재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등의 악재와 싸우는 중이다"고 분석했다.

반면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역풍은 곧 사라질 수 있다"며 "2024년은 ESG 자산에 매우 유리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JP모건 체이스는 "내년은 금융당국이 ESG 규제정책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고 예측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