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반발 의식했나?...EU 지속가능 규정 '뒷걸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0 15:04:53
  • -
  • +
  • 인쇄

유럽연합(EU)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 규정들을 잇달아 유예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6월부터 시행 예정인 유럽지속가능성 보고표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 ESRS)을 2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역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관료주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은 조치는 기업의 보고 부담을 즉각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SRS는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의 핵심요소로 현재까지의 ESG 보고 지침 가운데 범위가 가장 방대하다. ESRS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스코프3 배출량을 비롯,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동권 보장여부, 공장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여부 등 기업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ESG 요소를 빠짐없이 보고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EU 집행위원회가 ESRS 시행 시점을 2년 연기하는 것을 제안한 것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ESG 규정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근 EU 내부에서는 지속가능성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8일(현지시간) EU 의회는 ESRS 전면 재개정 및 완화를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359대261로 부결된 것이다.

다른 지속가능 규제들도 연기되거나 조건이 완화되는 추세다. 유럽 내 ESG 투자 규정집인 EU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SFDR)에 관해, 최근 EU 당국은 "기한 내에 새로운 규정을 모두 충족할 수 없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전면 재검토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며 규정 완화를 시사했다. 

또한 SFDR 표준을 개발하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기업이 준수해야 할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에 대해 예상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은행, 보험 및 자본 시장에 대한 보고 가이드라인은 2024년에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FRAG는 "보고 요건을 약 25% 줄이겠다"며 "유럽 의회 및 관련기관과 협력해 향후 모든 제안이 정책목표를 유지하면서 보고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고려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ESG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EU는 기업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경제를 보다 지속가능한 모델로 이끌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같은 EU의 야망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기후/환경

+

'2035 NDC' 60% 넘어설까...환경부, 7차례 토론회 연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하기 위한 대국민 논의가 시작된다.환경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美 트럼프 법무부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석유화학 대기업에 기후피해를 배상하게 하는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17일(현지시

강릉 가뭄 '한숨 돌렸다'...'단비' 덕분에 저수율 23.4%까지 회복

한때 11%까지 내려갔던 강릉의 저수율이 지난 수요일 내린 폭우 덕분에 18일 오전 6시 기준 23.4%까지 회복됐다. 아직도 평년 저수율 71.8%에 크게 못미치는

폭염 '조용한 살인자'...유럽과 호주, 온열질환 사망자 급증

북반구와 남반구 할 것 없이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폭염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3분의 2는 지구온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