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선언한 코리안리…"기후리스크 관리엔 역부족"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6 14:41:32
  • -
  • +
  • 인쇄
국내외 전문가 평가…외국 보험사보다 못해
"예외 조건 두고 석탄 운영보험 빠져 아쉬움"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지난 3일 발표한 탈석탄 정책이 외국 재보험사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5일 기후솔루션이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코리안리의 탈석탄 정책에 대해 긴급 평가한 결과 '부족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코리안리는 2023년 1월부터 적용할 탈석탄 정책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국내외 석탄 채굴 및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투자와 임의재보험 인수를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 사회적 약자 및 저개발국가 지원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의 경우 '제한적으로 운용하려 한다'는 예외 조건을 붙였다. 

이에 대해 국내외 보험 전문가 및 기후 단체들은 "코리안리가 뒤늦게 나마 탈석탄 행렬에 합류한 것을 환영하지만, 석탄 투자 제한 정책, 석탄 보험 인수 등 양 측면에서 모두 기후변화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피터 보사드(Peter Bosshard) '인슈어 아워 퓨처' 코디네이터는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외국 재보험사들과 비교해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석탄 운영보험에 대한 정책이 빠진데다 예외 조건을 걸어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허용한 것이 한계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석연료인 가스와 석유에 대한 제한 정책이 빠진 것 역시 한계"라고 짚었다. 

보사드 코디네이터가 이끌고 있는 '인슈어 아워 퓨처'는 매년 세계 보험사의 기후 대응 정책을 평가해 점수를 내는 활동을 하는 네트워크다. 보사드 코디네이터는 금융권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 기준 수립 분야에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녔다.

실제로 스위스리(Swiss Re) 등 해외 재보험사들은 일찍이 탈석탄 정책을 채택해 시행 중이며, 현재는 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탈화석연료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3위 재보험사 독일의 하노버리(Hannover Re), 1위인 뮤닉리(Munich Re) 등 선도적인 재보험사 역시 오일샌드, 신규 석유 및 가스에 대한 보험 인수 제한 정책을 갖고 있다.

한국 보험연구원의 이승준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에 대해 "코리안리가 탈석탄 금융선언을 통해, 신규 석탄에 대한 임의재보험 중단 정책을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현실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앞으로 한 발 더 나가 석탄 관련 특약재보험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리크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애리얼 르 보도넥(Ariel Le Bourdonnec) 재보험 및 보험 정책 분석가는 "석탄 채굴 및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는 코리안리의 정책이 소위 '석탄 개발사'라고 불리는 해당 건설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에너지 정책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정책에 대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규모 예외를 허용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넥 분석가는 "코리안리가 탈석탄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내외 기존 및 신규 석탄 채굴, 플랜트, 기반 시설에 대한 보험 인수를 중단해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는 2040년까지 탈석탄으로 나아가기 위해 보험 산업 전반에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탈석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신규 석탄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보험 중단 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석탄금융 부문 연구원은 "사실상 신규로 추진되는 석탄 화력발전 사업이 없어진 상황에서, 코리안리의 석탄 투자 정책은 정책 발표 전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후과학에 기초해 발간한 '2050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 0)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2021년 이후부터는 신규 화석연료 관련 프로젝트 개발이 불필요하다"라며 "이와 같은 기후과학에 근거해 코리안리가 탈석탄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코리안리는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재보험료 지급액이 급증했고, 기후변화가 계속 심각해지면서 재해발생률이 올라가 앞으로 지급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