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집 태반인데...40도 폭염에 英정부 "매일 머리 감지마"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9 17:51:13
  • -
  • +
  • 인쇄
46년만에 가뭄에 물사용량 줄이기 당부
WWA "英 폭염발생 확률 10배 더 높아져"
▲땡볕을 피하기 위해 썬캡을 쓰고 걷는 영국 시민 (사진=연합뉴스)


여름철도 30°C를 넘지 않는 서늘한 기온 탓에 에어컨이 없는 가구가 태반인 영국이 40°C 가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물과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가뭄이 심각해지자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매일 머리를 감지말라"고 당부할 정도다. 다국적 기후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앞으로 영국에서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산업화 이전보다 10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은 현재 46년만에 가뭄을 겪고 있다. 원래 비가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올 7월 강수량이 평년대비 2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 일부지역에서는 강수량이 평년의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가뭄이 극심하다. 영국 왕립기상학회장인 리즈 벤틀리(Liz Bentley)는 BBC에 "향후 몇 주간 건조한 날씨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천과 강, 저수지 수위가 굉장히 낮아진 상태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작물이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가뭄으로 바싹 말라가고 있으니 농민들도 난리가 났다. 영국 농업단체와 환경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영국 환경청 산하 가뭄대응 전담기구인 NDG(National Drought Group)는 당초 계획보다 3일 앞당겨 회의를 소집했고, 영국 정부는 물사용량을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사용을 줄이기 위한 지침도 구체적이다. 호스를 사용해 정원에 물을 주지 말 것,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목욕하는 대신에 간단히 샤워만 할 것, 머리는 매일 감는 것을 자제할 것 등이다. 

이번 가뭄의 원인은 폭염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에서 폭염이 시작된 시기는 이달 19일부터다. 40.3°C까지 기온이 오르면서 아스팔트와 철로가 녹아내렸고 활주로도 뒤틀렸다. 이로 인해 영국 런던 루턴 공항 항공기 운항도 잠시 중단됐다. 온열환자수도 급증했다. 런던의 구조 당국은 온열질환 응급신고가 1주일전보다 10배로 증가했다고 했다. 화재신고도 7배 늘어나 하루평균 2600통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은 폭염과 가뭄으로 수력과 원자력 발전량이 줄어들었고,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발전이 높아졌다. 하지만 폭염에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마저도 수급이 딸리는 상황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영국 가정의 에너지 지출액은 올 연말에 평균 3850파운드(약 609만4242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연초대비 3배 상승하는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를 줄여 영국의 에너지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27일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1의 하루 가스운송량을 현재의 2분의 1 수준인 하루 3300만㎥까지 줄였다. 이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열흘간 끊었다가 40%만 재개한지 나흘만에 다시 20%로 줄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이 영국에서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WWA는 영국에서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강도도 더욱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WWA 프리데리케 오토 연구원은 "향후 수십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날 경우 살인적인 더위 발생 빈도도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로 폭염이 올 때마다 갈수록 더 그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기후/환경

+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이미 25% 증발...유네스코유산 '허드섬 빙하' 사라질 위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허드섬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이미 25%가 녹아내렸다.4일(현지시간) 호주 모나시대학의 남극환경미래확보(SAEF) 연구

주거지·학교 인근서 유해가스 '뿜뿜'...불법배출 업체 10곳 적발

주거지와 학교 인근에서 유해가스를 불법 배출한 업체들이 적발됐다.경기도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8일까지 도장·인쇄업체 210개를 대상으로 유

올 7월 한반도 평균기온 27.1℃...'역대 두번째로 더웠다'

우리나라의 올 7월은 2018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더웠다.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7.1℃로 나타났다. '20세기 최악의 더위'가 나타난

[날씨] '폭염과 폭우' 급변하는 날씨...6일 120㎜ 폭우 예보

5일 낮기온이 36℃까지 치솟는 폭염이었다가 수요일인 6일은 최대 120㎜의 폭우가 퍼붓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보이겠다.고온다습한 남풍의 유입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