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고려하지 않은 나무심기...환경에 오히려 '역효과'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7 14:39:48
  • -
  • +
  • 인쇄
물부족 지역 나무심기는 주변 생태계 고사시켜
생물다양성 지역에 한가지 수종만 심으면 위험


나무심기 운동은 탄소를 포집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여겨졌지만 막무가내로 심을 경우 오히려 환경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메릴랜드 볼티모어 카운티주립대학의 지리 및 환경시스템부 매튜 페이건(Matthew Fagan) 부교수 연구팀은 위성사진으로 2000~2012년 전세계 열대지방의 나무를 분석한 결과 식재된 나무의 14%는 식물이 서식하기 어려운 건조한 지역에 심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무들은 결국 주변 물까지 빨아들여 기존 생태계를 더 위협하고 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초원지대를 예로 들었다. 이곳에서는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땅을 개간해 나무를 심고 있다. 페이건 부교수는 "나무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기에 주변 물들을 모조리 흡수한다"며 "안그래도 물이 부족한 이 지역에서 물이 더 없어져 기존 식물들이 말라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생물종이 다양한 지역에 심어지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페이건은 "12년동안 새로 심어진 나무의 92%는 생물다양성 핵심지대(핫스폿)에 위치했다"며 "그 중 대부분의 나무들이 하나의 종으로만 심어져 생물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본 첼린지(Bonn Challenge)에서 목표하는 재조림(다시 산림을 조성하는 것) 선언 중 45%가 나무심기로 달성되는 만큼, 나무심기의 영향을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 챌린지는 2030년까지 350만km² 만큼의 산림을 복원하는 세계적인 목표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20만배다. 

페이건 부교수는 "우리는 나무를 심는 것이 무조건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위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초원과 사바나같은 곳에 나무를 심는 것은 그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나무심기를 무조건적으로 권장하는 경우도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칠레에서는 1974~2012년까지 정부가 나무심기 비용을 지원해줬는데 이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더 수익성 높은 나무를 심기 위해 기존의 숲을 파괴하기도 했다. 

페이건 부교수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어디에 심고 그 심은 효과가 다른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며 탄소흡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장소에 있는 나무가 환경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al Sustainability)에 실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