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꿀벌 사라지면 인류 멸종하는데...해남 꿀벌 실종원인은 '기후변화'

조인준 기자 ·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8 16:26:30
  • -
  • +
  • 인쇄
농진청 역학조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동면 들어야 할 꿀벌이 기온오르자 채밀 활동
▲벌이 사라진 벌통 (사진=연합뉴스)


전라남도 해남군 양봉 농가에서 수백만 마리의 꿀벌이 한꺼번에 사라진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최용수 박사는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해남지역에서 꿀벌이 한꺼번에 사라진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감염병에 의해 꿀벌이 사라지거나 폐사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양봉농가 사이에서 나돌았지만 농진청의 역학조사에서 감염병이 아닌 이상기후로 인한 집단폐사로 밝혀졌다.

해남지역 양봉농가에서 키우던 꿀벌들이 집단폐사하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알려진 것은 이달초다. 그러나 이같은 사건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이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남지역에 있는 약 2만통의 벌통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농진청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꿀벌은 기온이 떨어지면 활동량을 줄이고 겨울나기(월동)에 들어간다. 벌통에서 서로 뭉치면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꿀벌의 월동 시기는 기온이 떨어지는 11월~3월 사이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지난해 11월~12월 해남지역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훨씬 높은 13.5도에 달했다. 기온이 높아지니 꿀벌들은 월동에 들어가지 않고 가장 따뜻한 오후 2~3시에 꿀채집에 나섰다. 여기에 일교차까지 심해지면서 오후 4시 이후 기온이 뚝 떨어졌고, 이때까지 미처 벌통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꿀벌들은 추워서 죽어버렸다.

▲2021년과 평년 12월 일별 최고기온 비교 그래프, 기온 변동이 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기상청)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꿀벌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급기야 꿀벌로 가득차 있어야 할 벌통은 텅 비어버린 것이다. 최용수 박사는 "꿀벌들이 어느날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꿀벌의 천적인 응애 발생이 심해 평년보다 살충제를 3배 이상 처방한 것도 이번 꿀벌 집단폐사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응애에 시달리고 살충제로 인해 체력이 약해진 꿀벌들이 동면에 들지못하고 채밀에 나서면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들의 약 63%가 꿀벌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꽃가루를 묻혀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거나 사라지면 전세계는 식량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일벌들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벌집에 있던 애벌레와 여왕벌이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의 양봉장에서도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붕괴'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에 해남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사건도 '군집붕괴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용수 박사는 "꿀벌은 사회적 곤충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일벌 개체수가 10%만 감소해도 군집붕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박사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위기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번식을 못하면서 탄소흡수량도 줄어들어 기후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