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으로 방사능 오염된 토양 정화하는 '인공식물' 개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6 09:51:06
  • -
  • +
  • 인쇄
▲실험실 규모에서 실제 토양을 적용한 실험 결과. 20일 후 대부분의 세슘이 제거돼 소자의 잎에 농축됐다. (사진=DGIST)

태양빛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인공식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연구팀은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는 인공식물 소자를 개발해 방사성 세슘으로 오염된 토양을 빠르게 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소자는 식물의 증산작용을 모사해 전력이나 추가 물 없이도 태양빛만으로 세슘을 잎에 모아 정화할 수 있으며, 기존처럼 흙을 퍼올려 세척할 필요가 없어 현장 적용성이 크다.

방사성 세슘(Cs⁺)은 반감기가 길어 오래 사라지지 않고 물에 잘 녹아 환경에 쉽게 퍼진다. 몸에 들어오면 근육이나 뼈에 쌓여 암이나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오염수는 흡착제로 정화할 수 있지만, 토양은 흙을 퍼올려 세척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여전히 전세계적 난제로 꼽힌다.

이에 자연의 식물을 활용해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다. 식물이 뿌리로 오염물질을 빨아들인 뒤 잎이나 줄기에 모아두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거율이 높지 않으며, 날씨나 기후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방사성 물질은 빠르게 제거해야 안전한데, 식물은 성장 속도가 느려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또 오염된 식물 자체가 방사성 폐기물이 되어 추가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큰 단점이었다.

김성균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의 증산작용을 모사한 인공식물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토양 속 오염된 물을 빠르게 흡수하고, 방사성 세슘만 골라서 잎 부분에 축적한다. 순수한 물은 증발해 사라지고, 증발된 물은 회수 시스템을 통해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므로 별도의 물을 보충할 필요도 없다.

흡수된 세슘은 잎에만 남기 때문에, 정화가 끝난 뒤 잎만 교체하면 계속해서 소자를 재사용할 수 있다. 또 사용한 잎은 산성 물질로 씻어내면 세슘이 다시 빠져나와 흡착제를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어 비용과 환경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농도로 오염된 토양 실험을 진행한 결과, 20일 이내에 토양 속 세슘 농도를 95% 이상 줄이는 성능을 확인했다. 기존에 몇 달 이상 걸리던 정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이 기술은 방사성 세슘 오염이 심각한 지역 농경지나 사고 현장 토양 복원에 활용할 수 있으며, 태양에너지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기나 추가 물 공급이 필요 없어 실제 현장에서의 사용 가능성이 크다.

김성균 교수는 "방사성 세슘 오염은 물보다 토양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동안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자연의 식물을 모사해 별도의 장치 없이 설치만 하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