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0대 기업 폭염 책임액 161조원...발전5사가 58% 비중"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1 09:57:24
  • -
  • +
  • 인쇄

지난 13년간 전세계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서 국내 10대 기업들이 차지하는 책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61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161조원 가운데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 자회사 5곳의 비중이 약 93조원으로 58%에 달한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11일 발간한 '기후위기,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가: 한국 10대 배출 기업의 폭염 손실기여액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기후변화 책임을 최신의 과학적 방법론으로 이같이 산출했다고 밝혔다. 

최근 '네이처(Nature)'에 올라온 한 연구는 전세계 111개 화석연료 기업별 온실가스 누적 기여도를 바탕으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170년간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손실 중 어느 정도가 각 기업의 책임인지 환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1%당 폭염으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은 약 5000억달러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1톤당 약 29.07달러의 손실 책임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기후솔루션은 이 방법론을 한국에 적용해, 국내 주요 배출기업 10곳이 폭염으로 인한 전세계 경제손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정량화했다. 2011~2023년 누적 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별 손실기여액을 산출하고, 널리 쓰이는 시뮬레이션 모형인 GCAM(Global Change Analysis Model)을 활용해 2050년까지의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손실 전망도 제시했다.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과 과거, 미래의 기후재난 간 인과관계를 구체적인 수치로 연결한 첫 시도다.

분석 결과, 국내 10대 배출 기업은 2011년~2023년까지 총 41.2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전세계 폭염 손실에 기여한 경제적 책임은 약 1196억달러(약 161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 산하 발전 자회사 5곳(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의 총 배출량은 25억톤으로, 약 729억달러(약 93조원) 규모의 손실 책임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기업 단위로 배출량 1위를 기록한 포스코(9.6억톤, 약 281억달러)보다 2.6배 많은 수준이다.  

이는 석탄·LNG 등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생산 구조와, 공공 부문이 전력 수급을 담당하는 한국 특유의 에너지 체제를 반영한다. 발전 부문은 다른 산업의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까지 연쇄적으로 유발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책임 범위는 더욱 넓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배출 구조에서 발전 부문은 중간 공급자가 아니라 핵심 배출 책임자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이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과거 배출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미래 배출이 야기할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도 제시했다. 정부의 탄소중립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같은 10개 기업이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지게 될 손실기여액은 3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전환없이 현행 정책을 유지할 경우 손실 규모는 720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다.
 
보고서는 이번 피해액 산정 범위는 폭염에만 한정돼 있으며, 폭우와 홍수, 산불, 태풍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다른 재난 유형까지 분석할 경우 손실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기후솔루션 임소연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정책과 소송,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서 손실기여 계산이 활용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이제는 배출량뿐 아니라 배출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기업 책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보고서를 쓴 기후솔루션 조정호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특정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폭염 등 기후피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는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에게도 배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