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건축물 탄소배출 4830만톤...지자체별 지원정책 '제각각'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7 08:00:02
  • -
  • +
  • 인쇄
[17개 광역지자체 탄소중립계획 살펴보니 ②]
신축은 ZEB 의무화돼 있지만 구축은 '무방비'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와 이를 감축하기 위한 이행계획과 수단 등을 점검하기 위해 △건축물 에너지 △교통 및 운송수단 △친환경 교통정책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자원순환 △녹지확충 등을 중심으로 17개 지자체의 정책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최초 에너지자립형 친환경 공공건물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사진=서울에너지드림센터)


중앙정부가 연면적 1000㎡(약 302.5평) 이상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정책을 수립한 지방자치단체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을 포함한 건설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4830만톤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7.4%에 해당한다. 공장이 거의 없는 서울은 건축물 탄소배출량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2022년 기준 서울시의 건물 부문 배출량은 전체의 67.1%에 달했을 정도다. 이처럼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는 건물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달성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에 ZEB 인증을 의무화했고, 민간 신축건물에도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해 2050년까지 모든 건축물이 ZEB 1등급 수준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ZEB는 고단열, 고기밀, 고효율 설비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남은 수요를 충당해 자립률을 높이는 건축물을 뜻한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공공건축물을 중심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충청남도는 지난 2023년 국토교통부 주관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사업'에 총 85개소의 사업비 371억원을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74개소가 선정되면서 국비 193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충청남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난해 41개소가 선정된데 이어 올해도 13개소가 선정됐다"며 "늦어도 내년까지 '제3차 녹색건축물 조성계획을 완성하고, 향후 목조 건축물에 대한 정비작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2024년부터 연면적 500㎡ 이상 신축·증축·전면 대수선 건축물에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은 에너지 소비량, 온실가스 배출량, 신재생에너지 활용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친환경 설계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일부 지자체들은 구축 건물의 에너지 성능개선까지 추진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의 단열재를 보강하고, 창호를 교체하고, 조명을 LED로 전환하는 것이 에너지 절감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사용승인 15년이 경과한 민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단열과 창호, 조명 등 고효율 기자재 교체에 대해 최대 20억원까지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친환경건물과 관계자는 "민간에서 오히려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며 "신축건물에 대해 ZEB 기준을 준수하도록 한느 것 못지않게 구축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 진단과 고효율 설비개선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울산·대전·경상남도 등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500만원 규모의 에너지 진단비 및 시설 개선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에너지사업팀 관계자는 "경기도는 '원스톱 지원'을 통해 에너지 진단을 무료로 하고 있고, 사업장에서 고효율 설비로 교체시 50%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사업 공고를 올리면 5분안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의무기준만 수동적으로 따를 뿐, 자체적인 정책수립은 하지 않고 있다. 전라북도는 ZEB 관련 자체 예산이나 독립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없다. 경상북도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재정투자 계획과 실행 방안을 포함하고 있지만, ZEB에 특화된 자체적인 독립 지원 프로그램이나 예산은 아직 미비하다.

특히 전라북도는 건축물 부문 감축 정책에서 공공기관 중심의 캠페인성 조치에 그치고 있다. 일부 조례에서 에너지 효율화 방향을 명시했지만 민간 건축물 대상의 실질적인 지원이나 예산 배정은 전무하다. 2024년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에너지 기본 조례'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적정 실내온도 유지, 전력 피크 시간 조명 소등 등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라북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복권기금에서 50% 지원받는 저소득층 리모델링 사업이나, 농림부와 함께 진행하는 농촌취약계층 지원사업과 같이 국비로 진행하는 사업은 있지만 도비만으로 진행하는 지원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건물 부문은 산업이나 수송처럼 구조전환에 수십년이 걸리는 분야가 아니라, 비교적 빠르고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에 전세계 도시들은 구축건물에 대한 지원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축과 구축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정책이야말로 지역 탄소중립 전략의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선언적 감축 목표에서 벗어나 각 지자체가 독자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때, 건축물 부문은 한국형 탄소중립의 '전환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