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구멍?...탄소 줄고 독성물질 40% 증가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9 18: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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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대 아심 카울 교수(좌)와 카이스트 이나래 교수 (사진=카이스트)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에는 기여했지만 예상치 못한 또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아심 카울(Aseem Kaul) 교수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지만, 기업들의 독성무질 배출을 최대 40%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013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Cap and Trade Program)를 시행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 총량 상한(cap)을 설정하고 이를 기업들에게 자체 감축 노력을 통해 배출을 줄이거나 거래(trade)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형 제조시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배출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탄소배출권 제도의 적용을 받은 시설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유해폐기물 처리 활동을 축소하면서, 기업에서는 오히려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납, 다이옥신, 수은 등 독성물질 배출이 최대 40%까지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美 캘리포니아 배출권 거래에 영향을 받은 제조시설과 카운티의 탄소배출 변화 (자료=카이스트)

심층 분석을 통해, 이러한 부작용이 환경 감시가 활발한 지역이거나 공정 단계에서 근본적으로 독성 물질 생성을 줄이는 환경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기업들이 규제 비용과 외부 감시의 정도에 따라 환경 대응 전략을 선택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나래 교수는 "탄소감축 제도는 탄소의 발생량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환경 부문을 희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환경 기술을 이전에 도입한 기업들은 이러한 부작용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또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회적 목표간의 상충(trade-off)을 정교하게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가 제1 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경영학 분야 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 4월 22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출판 지원을 통해 논문 전체를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연구 결과가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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