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환경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자 시행한 행정명령이 총 145건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1월 20일 취임한 이후 하루에 하나 이상의 규정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 기관 메모 및 기타 정책 변화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행된 녹색정책을 폐기하고, 기후지출을 동결하고,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켰으며, 자동차, 트럭 및 발전소에 대한 오염 기준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북극을 포함한 광활한 토지가 신규 석유·가스 시추구역으로 지정됐고, 해양보호구역에서 상업 어업이 진행될 예정이며, 미국 국유림의 절반이 이제 목재 생산을 위해 벌채될 수 있다. 멸종위기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은 대폭 축소될 예정이며, 보호대상인 국립기념물도 축소될 예정이다.
또 트럼프의 행보는 그의 대선 캠페인에 거액을 기부한 화석연료 산업을 노골적으로 편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수은 등의 유해물질 배출 규제와 파이프라인 안전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트럼프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석탄산업의 부활을 명령하고, 수십 개의 석탄발전소를 청정 공기 규정에서 면제하고 가스 수출을 재개하는 한편, 새로운 태양광 프로젝트와 풍력 터빈의 승인을 차단했다. 그는 이를 "못생기고 역겹다"고 표현했다.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를 최대한 많이 "시추하고, 시추하고, 또 시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행정부는 미국 전역에서 화석연료와 기타 광물 채굴을 촉구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태평양 해저 채굴을 허용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을 종식시키고, 유해한 규제를 철폐하고, 해상 굴착을 재개하고, 조 바이든의 작년 재앙적인 금지령 이후 최초의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등 전례없는 수준으로 미국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분석가들은 미국이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있으며, 소비량을 초과해 생산하고 있어 세계 최대의 화석 연료 수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활동가들은 트럼프의 움직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산하 기후법연구소의 법률책임자인 제이슨 라일랜더는 "미국 대통령이 과학에 이토록 적대적이고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에 이토록 집착한 적은 없었다"며 "트럼프가 인류와 지구를 위한 보호에 가하는 공격의 범위와 규모는 그야말로 숨막힐 정도"라고 비판했다.
석유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마이크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최고경영자는 "유권자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미국 에너지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전달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그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협회가 공표한 여러 우선순위를 준수한 것을 칭찬했다.
행정명령의 대부분은 완료되지 못하고 법적 다툼과 추가 제정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롤백 속도는 트럼프의 첫 임기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첫 미국 대통령 임기 동안 약 110개의 환경규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마이클 버거 미국 컬럼비아대학 기후법 전문가는 "이번 행정부의 규제 완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들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간소화된 절차로 일을 처리하고, 심지어 법까지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트럼프는 포괄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최소 25개의 에너지·환경 관련 법률이 명시적으로 갱신되지 않는 한 내년에 만료되도록 요구했는데, 이는 주의 독립성과 행정권에 대한 견제라는 규범을 무시하고 있어 우익이 장악한 대법원에서도 심각한 법적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버거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소송 대부분에서 패소하고 있다"며 "대법원까지 갈 것도 없이, 지방법원과 항소법원 차원에서 행정부의 절차 미준수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현 미국 행정부가 하는 일은 불법이므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패배"라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스템이 붕괴되어 한 사람의 의지에 굴복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헌법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의 속도는 3월 12일 단 하루 만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은 2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오염 기준을 개정하고, 심지어 온실가스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재고하기 위한 31개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기준은 미국 기후규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발견으로, 리 젤딘 EPA 청장은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꽂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밖에도 트럼프는 연방 정부기관에서 종이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샤워기 수압이 너무 약하다며 변기와 샤워기에 대한 연방 정부의 물 효율 규정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표준 공개 의견 수렴기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행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려 법적 테두리까지 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리 젠크스 미국 하버드대학 환경법 전문가는 규제완화 시도와 더불어 새로운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직원들이 대규모 해고되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여름은 각 기관들이 행정명령 이행 방안을 문서화하는 데 매우 바쁠 것"이라며 "전문성이 부족해져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과 법원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버거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 동안 자행된 환경 공격이 남은 임기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규제 시스템과 민주주의에 대한 압력은 지속될 뿐만 아니라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환경 보호는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오염 증가로 인한 공중 보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컬럼비아 로스쿨, 하버드 로스쿨 그리고 미 행정부의 발표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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