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불 10일만에 '꺼졌다'...213시간 34분 걸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3-31 08:59:48
  • -
  • +
  • 인쇄
▲지난 28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상공에서 CH-47 치누크(Chinook) 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약 213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30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열흘간 이어진 산청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경 산청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뒤 정확히 213시간 34분만이다.

산불영향 구역은 1858㏊로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봤다.

지속 기간도 역대 2번째로 길었다. 최장기 산불이었던 2022년 울진 산불 213시간 43분보다 겨우 9분 빨리 꺼졌다. 2022년 울진 산불은 3월 4일 오전 11시 17분 최초 발화해 13일 오전 9시 주불이 잡혔다.

이번 산청 산불은 최초 발화 이후 산림당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으로 화재 규모가 삽시간에 커지며 23일에는 인근인 하동 옥종면, 25일에는 진주 수곡면까지 번졌다.

진주지역 산불의 주불은 발화 2시간 만인 당일 오후 6시 15분경 꺼졌지만 산청·하동 산불은 계속 확산했다. 급기야 26일에는 바람을 타고 산청 시천면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일부까지 번졌다.

산불 초기 이승화 산청군수가 진화작업을 지휘했으나, 발생 당일 산불영향구역이 100㏊를 넘기면서 박완수 경남지사에게 지휘권이 넘어갔다. 23일에는 산불영향구역이 1000㏊를 넘어가며 임상섭 산림청장이 통합지휘를 맡았다. 이후 산림청과 경남도, 산청군·하동군·소방·경찰·국방부·기상청·국가유산청·국립공원공단·산림조합 등 유관기관이 총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지리산 산불은 피해 면적이 123㏊로 전체 피해 면적과 대비 규모는 작지만 험준한 지형과 식생, 강풍 등 요인이 진화를 어렵게 했다. 지리산 산불 현장의 하층부에는 조릿대, 진달래 등이, 중·상층부에는 굴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빽빽히 자라며 헬기가 공중에서 투하한 진화용수가 지표면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다.

낙엽층은 최대 깊이 100㎝에 무게만 ㏊당 300∼400톤에 달했다. 산불은 낙엽층을 연료 삼아 확산하는 '지중화' 양상까지 보였다. 경사도는 40도에 달할 정도로 급하고 진입로가 없어 인력과 장비 투입이 여의찮았다. 게다가 순간풍속이 최대 초당 10∼20m를 넘나드는 강풍이 불며 불티가 이리저리 흩날리는 비화 현상이 생겨 진화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산불이 지속되는 동안 두 차례 비가 오기도 했으나 누적 강수량 1㎜ 미만으로 빗방울이 몇 분간 흩날리는 수준에 그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한때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4.5㎞ 떨어진 관음사 인근까지 연기가 피어오르며 국립공원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진화대원들이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날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주한미군이 보유한 치누크(CH-47) 기종을 포함한 수십 대의 헬기가 수시로 투입되면서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불 진화가 완료되며 산불 관리는 지방자치단체 중심 잔불 진화 체계로 변경된다. 도와 산청·하동 등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헬기 40대를 동원해 잔불 진화를 이어가고,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고성능 산불진화차 등 장비도 지원된다.

잔불 정리까지 최종 마무리되려면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며 인명·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진화작업 중 불길에 고립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재민은 총 2158명 발생했으며 주택 28곳, 공장 2곳, 종교시설 2곳 등 시설 84곳이 피해를 봤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기후/환경

+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