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60조 투입하는데...'용인 반도체단지' 기후소송 당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5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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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하 용인국가산단) 사업에 대해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기후위기 및 경제적 위험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당했다.

경기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은 5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용인국가산단 계획의 승인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용인국가산단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의 생명·건강·환경권 침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취지다. 이번 소송에는 용인시 주민 5명을 포함한 전국 시민 16명이 원고로 참여했으며, 이날 기자회견에는 용인시 원고 1명이 직접 참석해 발언을 진행했다.

용인국가산단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해 6개의 반도체 생산시설(팹·Fab)을 건설하는 초대형 국가 전략사업이다. 가동을 위해선 총 10기가와트(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한데, 이는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이를 충당하기 위한 전력공급 계획은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할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심각한 건강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용인국가산단의 전력공급을 위해 3GW 용량의 신규 액화가스(LNG)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LNG 발전은 석탄 발전의 80%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연소 과정에서 막대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한다는 게 소를 제기한 측의 판단이다. 

게다가 사업의 적절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기후변화영향평가도 부실하게 수행됐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의 임장혁 연구원은 "기후변화영향평가서는 3GW의 LNG 발전을 '수소 혼소발전'(수소와 LNG를 함께 태우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소 조달 방안 없이 '해외 공급 및 인프라 개발 여부'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며 "결국 수소 조달이 어려워지면 그냥 LNG 발전소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소를 50% 혼소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률은 22%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화석연료에서 만든 블루수소를 사용할 경우 감축 효과는 사라진다"면서 "수소 혼소발전 비용이 평균 전력가격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효과도 없는 데다 비용부담만 큰 계획"이라고 짚었다.
 
또 용인국가산단에서 발생할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소 평가됐다는 것이다. LNG 발전 외에 나머지 7GW 전력공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후변화영향평가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7GW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932만톤으로 추정되므로, 2050년 용인국가산단의 전환부문 직접 배출량은 기후변화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한 977만톤의 약 4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용인국가산단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는 2023년 3월 용인시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지 1년 9개월만이며, 국가산단 승인 절차가 통상 4년여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용인시 주민 김춘식 씨는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 요구되는 지금, 이에 대한 정책 반영은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LNG 발전소 건설은 졸속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용인국가산단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NG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용인국가산단 사업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장혁 연구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망 탈탄소화 달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이미 'RE100' 목표 달성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앞당겼다"며 "재생에너지가 곧 산업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LNG 발전 기반의 생산공정은 삼성전자의 수출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며 고객사들에게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가스 발전에 기대는 용인 국가산단에 360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투자 계획을 밝힘으로써, 결과적으로 화석연료에 또다시 의존하는 행보를 보였다.

경기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은 △국토교통부는 졸속으로 진행된 용인 국가산단 계획 승인을 취소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LNG 발전 기반의 전력공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며 △삼성전자는 '2050년 RE100'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해 정부에 재생에너지 기반 국가산단 조성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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