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 '1.3조달러' 진통끝 합의...구속력없어 이행여부는 '물음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25 10:44:43
  • -
  • +
  • 인쇄
선진국 분담금 연간 3000억불로 상향
재원 조달범위와 구체적 방법은 결여
▲24일(현지시간) COP29 폐막 전체회의에서 무흐타르 바바예프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막을 알리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2035년까지 신규 기후재원을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27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1조3000억달러 가운데 3000억달러(약 421조원)은 선진국들이 매년 부담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모인 200개국 협상단은 이날 새벽 예정시간을 30시간 넘긴 밤샘 협상 끝에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에 이같은 내용으로 합의했다.

지난 21일 공개된 NCQG 합의문 초안에서는 공공·민간재원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재정에 대한 목표금액을 공란으로 비워뒀다. 또 선진국 분담금은 2500억달러(약 351조원)였다.

그러나 최종 합의문에서는 선진국 분담금이 500억달러가 늘어난 '최소 3000억달러'로 정했고, 이 분담금을 포함한 신규 기후재정 목표액을 당초 1조달러보다 높은 1조3000억달러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소규모 도서국들과 최빈국(LDC) 그룹은 초안 공개 당시 선진국의 부담이 지나치게 적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한때 회의 참석을 중단, 파행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예정된 폐막일 22일을 넘겨 비공개회의와 밤샘 협상을 거듭한 끝에 예정시간을 30여시간 넘겨 이날 새벽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된 선진국 분담금 3000억달러는 2023년 기준 전세계 군사비의 45일치,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원유의 40일치에 달하는 금액이다. 선진국들이 빈곤국에 연 1000억달러의 기후재원을 제공하기로 한 2009년의 합의는 오는 2025년 만료됨에 따라, 앞으로 빈곤국은 선진국으로부터 이보다 3배 높은 기후재원을 제공받게 됐다.

기후재원에 대한 합의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지만 남은 과제도 적지않다. NCQG는 선진국 분담금을 제외한 연간 1조달러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각론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는 엄밀히 말하면 선택사항에 불과할 뿐인데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이 명시되지 않았다.

선진국들은 공적자금에 의존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민간 재원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도국들은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대출 형태로 재정지원이 이뤄질 경우 고스란히 부채로 남기 때문이다. 

공여국 범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다. 선진국 그룹에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약 20개국이 있다. 1992년 유엔변화협약에서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선진국들은 중국과 사우디도 선진국으로 편입시켜 기후재원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문에서는 중국과 사우디에 대해 '자발적인 기여를 권장한다'라고만 명시하고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았다.

인도 협상대표 찬드니 라이나는 "선진국 당사자들이 그들의 책임을 다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결과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시각적 환상'이라고 부르며 유감을 표했다.

아프리카 협상그룹을 대표하는 케냐의 알리 모하메드는 "아프리카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전이 없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시에라리온 기후장관 지워 압둘라이는 선진국들의 '선의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나이지리아 특사는 "이건 모욕"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재정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이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성명에서 "우리가 직면한 큰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과 완화 측면에서 모두 더 야심찬 결과를 기대했다"며 "각국 정부는 이 합의를 토대로 발전시켜 나가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COP29에서는 NCQG 외에도 탄소배출권 거래시스템에 대한 합의도 도출해냈다.

국제사회는 이미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제6조를 통해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10년 가까이 이를 위한 세부이행 지침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였다. 탄소시장 운영을 위한 규정에 합의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가간 탄소배출권 거래 논의에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앞으로 합의 이행여부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57기가톤까지 치솟는 등 기후변화의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비롯해 각국 정치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를 불신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자신이 당선되면 파리협정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는 이미 기후변화 대응 반대론자로 유명한 인물을 차기 미 에너지장관으로 지명해 기후변화 대응에 어려움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안에 대한 주요 외신들의 반응도 회의적인 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안을 두고 "법적 구속력은 없고 주로 외교적 압력에 의해 운영되는 합의"라며 취약성을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 예산 제약, 포퓰리즘 증가 등 많은 재정적, 정치적 제약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파리협정 탈퇴 위협은 COP29 회의 초반부터 영향을 미쳤다"고 논평했다.

한편 차기 회의인 COP30은 오는 2025년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