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안건에도 없는데 가처분?...가처분 취지 근거 못댄 민희진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3 16:33:12
  • -
  • +
  • 인쇄
▲하이브 사옥 ©newstree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측 변호인단이 자신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법적 근거를 묻는 묻는 재판부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재판장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민희진 전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에게 "프로큐어 조항의 강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채무자(하이브) 측 주장이며 (하이브 측은) 근거와 판례도 제시했는데 채권자(민희진) 측은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프로큐어는 대주주가 이사들에게 의결권 행사 등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주주인 하이브가 어도어의 사내이사들에게 민희진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라고 업무지시를 내려달라는 것인데, 민희진 측은 주주간계약을 근거로 이를 요구하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의 질문에 세종은 "학설이나 판례를 찾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민 전 대표측이 프로큐어의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프로큐어 조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다수의 학설과 판례를 제시했다. 특히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프로큐어 조항의 경우 한층 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취지의 학설 4건도 변론 내용에 포함했다.

학설과 판례들은 대부분 대주주가 그러한 지시를 한다 하더라도, 이사들은 이를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가 근거로 제시한 견해 중 하나는 지난 5월 동일 재판부에서 열린 가처분에서 세종 소속으로 민 전 대표를 대리한 변호사의 논문에 포함된 내용이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논문에는 "프로큐어 조항에 의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으며, 이행 청구나 가처분 신청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세종 측에 "애초에 신청취지를 특정하라고 보정하지 않았느냐"며 "주총 안건에도 안 올라와 있는, (그래서 안건이) 특정되지 않았는데 의결권행사를 청구한다는 것은 너무 막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도어 이사회에서 찬성의결권 행사를 구하는데 어도어 대표이사 선임의 안건이 올라와있지도 않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가처분 낼 대상 안건이 없는데 어떤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냐는 취지다.

이에 세종 측 법률대리인은 "언제든 청구 가능하며 날짜를 특정하기가 애매해서 놔뒀다"면서 "이사회 소집청구시 바로 이사회에 안건청구하고 이사회 소집한다고 하면 일자로 명확히 특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어도어가 (민 전대표를) 이사로 선임 여부가 불확실해서 이사회 소집청구서 써놓고 아직 발송 못하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하이브는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이브 측은 이날 "재판부에 약속드렸고 대외 공표되어서 전국민이 주목하는 상황"이라며 "정 못 믿는다면 철회 불가능한 위임장도 제출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재판부는 세종에 대해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들에 민전대표 재선임에 대한) 업무집행을 지시하고 위반시 1회당 100억원씩 이행강제금을 청구했는데 위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세종 측이 "이사들에게 지시서를 보내면 집행되었다 생각한다고 답하자 재판장은 "말로 하면? 집행관이 했는지 안 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하는데 판단기준이 뭐냐"고 캐물었다.

세종 측 대리인들은 "하이브가 지시해도 안 따르면 그 이사에대한 해임청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강제집행되어야한다"고 강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현대백화점그룹, 48명 임원인사..."변화보다 안정성에 방점"

현대백화점그룹이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SK AX, 김완종 CCO 사장으로 승진..."AX 이끌 적임자"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국내 산업 전반에서 AX(AI Transformation) 확산이 본격화되고 기업들의

SKT 사령탑 교체...신임 CEO에 정재헌 사장 선임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

기후/환경

+

호주 봄날씨 실화냐?...한낮 기온이 46℃ '지글지글'

호주 북부지역이 봄철인 10월에 40℃를 웃도는 폭염을 겪고 있다.호주 기상청(BoM)은 북부 지역인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의 일부 지역이 올해 가장 더운

폭염에도 실내온도 6℃ '뚝'…호주에서 옥상용 냉각코팅제 개발

폭염에 실내온도를 낮을 수 있는 옥상 코팅기술이 새로 개발됐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폭염시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낮출 수 있는 옥상용

[주말날씨] 단풍 보러갈 수 있을까...'가을비' 내린 후 쌀쌀

11월 첫 주말은 단풍이 물들며 완연한 가을날씨지만, 곳곳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초겨울 날씨가 오겠다.1일은 전국이 오전까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

“기후위기 시대, 아이 낳기 두렵다”…출산 기피하는 美 Z세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국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까지 흔들고 있다.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

1분마다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온난화로 年54.6만명 목숨잃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인구 가운데 1분에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에 비해 23% 증가한 54만6000명의 전

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