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뽑힌 230년 된 오리나무...천연기념물 지정 6년만에 소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9-09 10:52:02
  • -
  • +
  • 인쇄
▲부러진 포천 오리나무(사진=연합뉴스/국가유산청)

수령이 230년쯤 되는 오리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지 6년만에 연이은 극한호우로 뿌리 채 뽑혀버렸다.

9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지난 7월 폭우로 부러진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포천 관인면 초과리에 있는 이 오리나무는 높이가 21.7m에 이르고 수령은 230년 정도로 추정된다.

크기와 둘레가 월등하고 고유한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201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는 오리나무 중에서는 유일하다.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면 천연기념물 가운데 오리나무는 한 그루도 없게 된다.

초과리 오리나무는 예부터 마을주민들의 쉼터로서 기능하며 민속학적 가치 또한 큰 것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지난 7월 21∼22일 이틀간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5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나무 밑동이 뿌리째 뽑혀 접합이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장을 살펴본 한 전문가들은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거나 '거의 모든 뿌리가 끊어져 원래대로 세운다 해도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유산청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포천시와 부러진 나무를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다.

자연유산위원회의 한 전문가는 "나무 일부를 학술적 목적이나 교육적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이전 및 보존 처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후계목 생산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연구소 측은 초과리 오리나무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후계목을 생산하기 위해 부러진 나무의 가지 등을 채집해 조직배양 실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정부 관보를 통해 지정 해제 사실을 예고할 계획이다.

최근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천연기념물이 큰 피해를 보고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857∼?)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던 '합천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는 2019년 태풍 '링링'으로 쓰러져 천연기념물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밖에도 '완도 예작도 감탕나무'와 '옹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 등이 태풍의 영향으로 수세가 급격히 약화해 천연기념물 목록에서 제외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매출 9.5조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사고많은 건설업계 '초비상'

연매출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건설업계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기후

Z세대, 기업 ESG활동에 민감...67% "비싸도 ESG 실천기업 제품 구매"

Z세대는 개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닝아웃(가치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ESG 경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기후/환경

+

"탄소 저장해드립니다"…노르웨이 'CCS' 사업에 33억불 투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최근 북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에 33억달러(약 4조5800억원)를 투입했다. 석유개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르포]사과 5알에 1만6000원?...폭염·폭우에 과일·채솟값 '껑충'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치솟은 물가는 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트에서도 고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