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 크레딧'으로 등록된 산림...美서부 산불에 '잿더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9 17:28:03
  • -
  • +
  • 인쇄
▲지난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한 소방관이 재발한 산불을 감시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상쇄 크레딧 발급용으로 심은 나무가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에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벌어졌다.

9일 미국 비영리 기후단체 카본플랜은 지난달 24일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해 지금까지 서울 면적(605㎢)의 3배가량인 45만에이커(약 1821㎢)를 태우고 있는 '파크 파이어'가 탄소상쇄 크레딧 프로젝트에 등록된 숲 4만5000에이커(약 182㎢)를 태운 것으로 추산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파크 파이어'는 진화하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가뭄으로 바싹 말라버린 초목이 불소시개 역할을 하면서 산불 진화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더웠던 여름 톱10 가운데 9번이 2006년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올해도 데스밸리는 53.9℃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이번 산불이 탄소상쇄 크레딧 발급용으로 심은 산림까지 모조리 태웠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산림을 보존하는 산림소유주에게 탄소포집 및 저장에 대한 대가로 탄소상쇄 크레딧을 발급해주고 있다. 산림소유주는 이 탄소상쇄 크레딧을 탄소저감 실적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판매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탄소상쇄 크래딧을 구매한 기업들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전력거래업체인 레인보우에너지, 유화제나 도료 등 원유정제 제품을 유통하는 트라이코 리파이닝 등이 대표적인 피해 기업들이다.

뉴멕시코주와 워싱턴주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도 올들어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2만9000에이커(약 117㎢)의 탄소상쇄 크레딧 발급용 숲이 소실됐다. 뉴멕시코주 정부로 발급됐던 탄소상쇄 크레딧 177만주를 구매했던 석유 대기업 셰브론도 피해를 봤다. 이 크레딧을 위해 식재된 나무의 6%가 불타버렸다. 또 정확한 피해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다국적 석유기업인 셸과 BP 역시 워싱턴주 산불 피해지역에서 탄소상쇄 크레딧을 각각 14만5000주와 140만주를 구매했다.

이에 산림 예치계정(buffer pool)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들은 화재, 가뭄, 병충해를 대비해 10~20%를 충격 완화용으로 떼어두고, 예기치 못한 산림훼손이 벌어졌을 경우 해당분만큼의 탄소크레딧을 예치계정에서 제거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산림 예치계정에 2800만주의 탄소상쇄 크레딧을 확보해놓은 상황이어서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10년간 이미 1100만주의 탄소상쇄 크레딧이 산불로 예치계정에서 소진됐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본플랜의 그레이슨 배질리 연구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산불의 빈도와 강도에 비해 완충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정부가 탄소상쇄 크레딧 사업을 산불 위험지역에 인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산림·소방당국은 "올여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5년 평균과 일치했지만, 불에 탄 면적은 5년 평균을 상회한다"며 "캘리포니아 전역의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화재위험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