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떼 풀어놨더니...초원지대 토양 탄소흡수력 10배 늘었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6 15:43:32
  • -
  • +
  • 인쇄
차량 200만대 내뿜는 탄소배출량 흡수
생물다양성·기후위기 동시해결 가능해
▲루마니아 남카르파티아 산맥에서 '재야생화'한 유럽들소떼 (사진=리와일딩유럽)


들소 170마리를 야생으로 되돌려보내자 서식지 인근 생태계가 저절로 복원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200만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탄소흡수원'으로 거듭났다.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국제비영리환경단체 리와일딩유럽(Rewilding Europe)은 최근 미국 예일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오스왈드 슈미츠 교수 연구팀과 유럽들소떼의 긍정적인 환경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들소떼는 서식지 일대의 탄소흡수 능력을 10배가량 증진시켰다.

리와일딩유럽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생태계의 자생력에 초점을 맞춰 생태복원을 시도하는 '재야생화'(리와일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리와일딩유럽은 루마니아 남카르파티아 산맥에 200여년전 자취를 감춘 유럽들소 99마리를 풀어놨다. 이 들소떼는 남카르파티아 산맥 서쪽 가장자리 타르쿠산 인근 50㎢ 초원지대에 자리잡았다. 현재는 개체수가 170여마리로 늘었고, 활동반경이 3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슈미츠 교수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들소떼를 활용한 '재야생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새로운 측정모델을 개발했다. 이 측정모델은 토양이 주변에서 자라나는 식생과 함께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얼마만큼 포집하는지 분석한다. 해당 모델을 통해 처음 들소떼를 풀어놓은 50㎢ 초원지대를 분석한 결과, 탄소흡수능력이 9.8배가량(오차범위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들소떼가 일대의 풀을 뜯어먹은 뒤 배변을 통해 영양분을 재분배하고, 이때 섭취한 식물의 씨앗들도 뿌려지면서 식생들이 다양하게 번성한 덕분이다. 또 들소떼가 이동할 때 발굽으로 두드린 토양이 빈틈없이 굳어지고, 식생이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면서 토양내 이산화탄소가 새어나가지 않고 확실하게 포집되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들소떼가 '재야생화'하기 이전 해당 초원지대의 탄소흡수능력은 1㎢당 5544톤에 불과했다. 하지만 재야생화 이후 탄소흡수 능력은 1㎢당 5만4310톤으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총 236만톤의 탄소가 추가로 저감되는 것인데,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188만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알렉산더 리스 부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자연기반해법'의 설득력 있는 하나의 사례"로 평가하며 "재야생화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를 해결할 대표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기반해법'은 이미 훼손된 자연을 생태계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복원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지난 2008년 세계은행(WB)이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자연적인 빗물순환관리, 도심 녹지공간 조성, 흙에 탄소를 가두는 탄소농업, 해양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갯벌 정비 사업, 산불위험을 최소화한 조림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슈미츠 교수연구팀은 이같은 '동물기반 탄소순환촉진'(AAC, Animating the Carbon Cycle) 방식을 활성화해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으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유럽들소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복원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종들인 열대우림 코끼리, 사향소, 해달 등 '쐐기돌(keystone) 생물종' 9종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AI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한다...심포지엄 개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19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호텔에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공동

합쳐야 살아남는다?...대기업 녹색사업 '합종연횡' 봇물

탄소중립 압박과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개별 기업에서 해결하는 것이 한계가 뚜렷해지자, 대기업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19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 정보 털렸다...카드번호, CVC까지 유출

롯데카드 해킹 사고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카드는 피해 고객 전원에게 전액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기후/환경

+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주말날씨] 전국 또 '비소식'…강릉 저수율 27.7%까지 회복

이번 주말 전국 날씨는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특히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다.19일 오후부터 전국에 내리기 시작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무상버스가 대안"

비수도권 교통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면서 '무상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