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 지원 중단하라"...18개국 환경단체 韓정부에 촉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04 13:00:03
  • -
  • +
  • 인쇄
석탄·석유보다 탄소 배출량 더 많아
"산림파괴·시장왜곡 가짜 재생에너지"
▲국내외 시민사회 바이오매스 발전 퇴출 공동성명에 서명한 18개국 69개 단체 (사진=기후솔루션)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이 한국정부를 향해 환경적·경제적 실익이 없는 '가짜 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5일 식목일을 맞아 전세계 18개국 69개 기후환경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탄소배출과 산림파괴로 얼룩진 '바이오매스 발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송부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화력발전소에 나무를 넣고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규격이나 품질 등의 이유로 원목으로 사용하기 부적합한 벌채 부산물을 톱밥으로 분쇄해 일정한 크기로 만든 '목재펠릿'을 연료로 태우는 것이다. 벌채 부산물을 베거나 치우고 난 자리에 나무를 다시 심으면 탄소를 회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바이오매스는 화석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이 더 크다. 목재는 발열량이 낮아 발전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로 1테라줄(TJ)을 생산할 때 탄소배출량은 11만2000kg으로, 석탄(9만4600kg)이나 원유(7만3300kg)보다 많다.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 탄소배출량은 지난 2022년에만 1100만톤으로, 이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숲이 매년 흡수할 것으로 추산한 탄소배출량보다 840만톤 더 높은 수치다.

게다가 바이오매스 발전은 산림훼손을 부추기고 있다. 벌채를 하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부산물이 아닌, 바이오매스 확보를 목적으로 한 벌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의 '대한민국 산림의 땔감화'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매스 생산만을 위해 벌채허가를 받은 경우가 40%다. 또 연간 원목 사용량 180만㎥ 가운데 20% 수준인 35㎥의 원목이 바이오매스로 섞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상황을 정부가 적극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매스에 태양광 발전(최고 1.6)과 육상 풍력발전(1.2)보다 높은 2.0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REC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보조금으로 더 높은 가중치의 REC를 많이 발급받을수록 같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지난 2015~2022년 8년간 정부가 REC를 통해 바이오매스 발전에 쏟아부은 보조금은 총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바이오매스 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원 가운데 풍력 발전보다도 전력생산량이 3배 많은 국내 2위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등극했다. 문제는 같은 기간 4000만톤의 목재가 태워져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6000만톤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3년 주기로 개편되는 REC 가중치에서 바이오매스를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종전 개편이 이뤄진 지난 2021년 산업부는 바이오매스 가중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원가가 높아 이를 보조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햇빛과 바람이라는 무한한 자원을 활용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갈수록 저렴해지는 반면, 한정되고 값비싼 나무를 계속 태워야 하는 만큼 정부 보조에 항상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재생에너지 시장 자체를 왜곡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바이오매스 발전은 국제적으로도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환경단체 스탠드어스의 테이건 한센 선임캠페이너는 "한국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울창한 천연림에서 베어 만든 나무를 수입해 바이오매스 연료로 태우고 있다"며 "이들 목재펠릿은 세계 최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드랙스 그룹이 기후위기 대응, 지역사회, 야생동물에 필수적인 숲에서 갓 베어낸 통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역시 한국이 목재펠릿을 수입하는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트렌드아시아의 아말야 레자 매니저는 "인도네시아의 바이오매스 수요는 국내와 해외, 특히 한국의 발전용 목재펠릿 수입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산림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식량 및 물 부족, 토착민과 지역 농어촌 공동체에서의 토지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날 환경단체들은 서한을 통해 "현 정부가 서명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 나아가 무탄소연합에도 유(有)탄소전원인 바이오매스가 낄 자리는 없다"며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폐지 △공정하고 투명한 REC 가중치 개편 등을 산업부에 요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