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537마리 '떼죽음'...천연기념물 '산양' 어쩌다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01 11:40:49
  • -
  • +
  • 인쇄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에 고립·폐사
"주요 생태지점 울타리 즉시 개방해야"
▲지난 13일 강원 양구군 산양·사향노루센터에서 올겨울 폭설로 고립·탈진했다가 구조된 산양들이 쉬며 기운을 회복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개월동안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537마리나 페사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이를 방관하면서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1일 경향신문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산양 멸실 신고 목록'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23일까지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537마리가 폐사됐다. 산양은 국내에 약 2000여마리가 서식하는데 이 가운데 약 26.9%가 반년새 사라진 것이다.

산양의 폐사는 2020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연도별 산양 폐사 통계를 보면 2019년 6마리에 불과했던 폐사 개체수는 2020년 97마리로 폭증했다. 이후 2021년 46마리, 2022년 50마리, 2023년 85마리가 폐사됐다. 올해 수치까지 더하면 2019년부터 현 시점까지 폐사한 개체수는 805마리에 달한다.

이는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부터 경기‧강원·충북·경북에 총 길이 1831km의 울타리를 설치했다. 야생멧돼지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2중으로 촘촘하게 설치한 것이 산양의 서식지를 쪼개고 고립시키면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산양이 가장 많이 폐사한 지역은 민통선 부근 강원 산간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 일원이다. 이 지역들은 ASF 방지 울타리가 매우 촘촘하게 설치된 곳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겨울 폭설까지 내리면서 좁은지역에 고립된 산양들이 먹을거리를 찾기 못해 죽어나간 것이다. 강원 양구에서 확인된 산양 폐사체는 225마리로 가장 많았다. 화천 211마리, 고성 57마리 순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 일대에서는 62마리가 죽었다.

울타리를 설치할 때부터 산양 집단폐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환경부의 용역 연구보고서와 올해 환경단체의 현지 모니터링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11월~올 2월 277마리의 폐사가 확인됐음에도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최근들어서야 산하기관에 개방이 필요한 울타리를 조사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다. 그 사이 260마리가 더 죽어나가면서 이번 문화재청 멸실 신고 목록에 537마리가 기록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조사가 어려운 민통선 내 지역과 산불통제기간 중이라 확인이 힘든 설악산국립공원 내에 추가로 죽어간 개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등의 모니터링 결과 눈이 녹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 늘어나면서 폐사체가 더 많이 발견되는 추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