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기후소송' 시작됐다...국민연금 가입자 35인 '탈석탄' 촉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2 11:00:03
  • -
  • +
  • 인쇄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가입자 35명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상대로 22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이 석탄투자 제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아 가입자에게 건강과 재무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게 소를 제기한 이유다.

소송인과 함께하는 경남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빅웨이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60+기후행동 등 5개 기후환경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국민연금의 기만을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5개 단체는 국민연금을 상대로 진정한 국민의 복리를 고민하는 기금 운용을 하라고 촉구하며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금융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할 것 △석탄투자제한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은 국민연금이 2021년 5월 28일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 선언'을 한 뒤 1000일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아직도 선언에 따른 정책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국내 석탄산업의 주체인 한국전력(한전)에 대한 국민연금의 채권 투자는 탈석탄 선언 이후 지난 3년여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석탄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특히 큰 데다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석탄발전소 인근 지역민 3명도 석탄발전소로 인한 건강 피해를 호소하며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 

기후솔루션과 핀란드의 대기환경 연구단체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공동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석탄발전소 배출 대기오염으로 인한 2021~22년 조기 사망자 가운데 국민연금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산출할 수 있는 인명 피해는 220명에 달한다. 건강피해액은 총 1조4000억원이다.

원고 측은 석탄산업이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대표적인 좌초자산이므로 이 산업에 투자를 지속하면 국민연금의 기금손실을 초래하는 재무위험을 발생시킨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가 이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에 투자되고 있어,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기금 손실의 위험 등을 손해배상의 이유로 들었다. 

소송 주무를 맡은 기후솔루션 김현지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석탄투자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원고들은 건강 또는 재무적 피해를 이유로 기금 운영 정책 결정자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기금이사, 감사에 대해 원고 1인당 205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2050은 기후파국을 막기 위해서 인간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하는 2050년을 상징한다.

소송 원고이자 기후청년단체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는 "내가 낸 보험료가 나의 미래를 위협하는 곳에 쓰이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원망스러울 따름"이라며 "국민연금은 우리가 낸 보험료를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60+ 기후행동'의 박태주 운영위원도 "세계 3대 연기금의 하나인 국민연금은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뿐만 아니라 석유나 가스(LNG)와 같은 화석연료산업은 물론 포스코와 같은 탄소배출기업에 대해서도 폭넓게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늦춰 그 비용과 부담을 오로지 미래세대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