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투자금지"...佛 ESG펀드 규제로 유럽 자산운용사들 '화들짝'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8 12:51:38
  • -
  • +
  • 인쇄
프랑스, ESG에 대한 새로운 규정 마련
"유럽지역 ESG펀드 시장이 재편될 것"

유럽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들이 수십억유로를 강제 매각할 위기에 처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프랑스의 새로운 ESG 규정에 따라 유럽의 ESG 펀드들은 화석연료 보유자산을 모두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최근 프랑스는 2025년부터 'ESG 및 사회적 책임'으로 분류되는 펀드가 새로운 탄화수소 탐사, 개발 또는 정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는 석탄, 석유 등 주요 화석연료 신규 사업이 모두 포함된다. 

프랑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는 금융 포트폴리오를 2015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점진적으로 맞추기 위함"이라며 "새로 도입된 규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펀드는 전체의 15% 이상을 탄소전환 계획을 수립한 기업에 투자해야 하며, 이 비율은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은 상당히 포괄적이다"며 "이로 인해 ESG 펀드 시장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금융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 하려는 것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이 필요한 만큼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금융분석 기업 모닝스타(Morningstar)의 호텐스 비오이(Hortense Bioy) 지속가능성 연구이사는 "석유 및 가스 탐사, 생산, 정제에 주력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석유 및 가스 활동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투자자들은 새로운 유전 개발을 하지 않는 석유 및 가스 회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많은 자산운용사들은 중복비용을 줄이고 유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동일한 ESG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의 새로운 규정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에도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여러 유럽 국가로 연결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그 파장은 더욱 클 전망이다.

비오이 이사는 "가령 한 ETF는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에 소재지를 두고 모든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유럽 전역에서 한꺼번에 유통될 수 있다"며 "펀드매니저들은 ETF 상품이 다른 나라에서 판매될 때 프랑스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열심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각국만의 ESG 규정을 신설하면서 금융 유동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오이 이사는 "현재 추세를 보면 2025년까지 15개의 서로 다른 ESG 규정이 생길 전망"이라며 "펀드운용사들은 우리는 영국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프랑스 기준에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현재 1200개의 지속가능성 펀드들이 70억유로(약 10조281억원) 상당의 에너지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5%가 석유 및 가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스타는 "토크빌 밸류 유럽 ISR(Tocqueville Value Europe ISR), CM-AM 유럽 밸류(CM-AM Europe Value), DNCA 인베스트 아처 미드캡 유럽(DNCA Invest Archer Mid-Cap Europe) 등 주요 펀드들이 모두 석유 및 가스 회사에 최소 13% 이상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블랙록이 소유한 2억8000만유로와 1억7100만유로 상당의 지속가능성 펀드들도 석유 및 가스 회사에 상당수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스타는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에너지 시가총액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24억유로를 161개의 지속가능성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