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제성장은 기후변화 더 '부채질'?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0 15:44:07
  • -
  • +
  • 인쇄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하려면 전세계 각국은 고성장에 매달리지 말고 복지와 생태계 개선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University of Barcelona)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가 국제학술지 원어스(One Earth)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각국이 2023년~2030년 경제성장이 높일수록 파리협정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을 낮추면 파리협정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기존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고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들은 성장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동인인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탄소중립 계획은 연 4%의 세계 경제성장을 가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계획들은 실제 시행되더라도 파리협정 목표와는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논문의 수석저자 알요사 슬래머삭(Aljoša Slameršak) ICTA-UAB 연구원은 "온난화를 1.5°C로 제한할 수 있을 만큼 전세계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려면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고소득 국가들이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낮을수록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니엘 오닐(Daniel O'Neill) 바르셀로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 시나리오와 고성장 시나리오를 비교한 결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만으로도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을 10~13% 줄일 수 있다"며 "부유한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간 간극을 상당히 좁힐 수 있다"고 밝혔다.

▲ 그래프가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ICTA-UAB)

다만 연구진은 "이는 경제성장의 기후영향에 대한 거시적 국제분석"이라며 "실제로는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제이슨 히켈(Jason Hickel)  ICTA-UAB 연구원은 "우리의 시나리오는 기후위기 완화 책임과 경제 개발 요구를 둘러싼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저소득 국가는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고소득 국가는 성장 후 수요감소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장 후 수요감소'란 국민 복지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생산에는 우선순위를 두는 반면, 사치품 등 불필요한 물품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히켈 연구원은 "성장 후 수요감소의 주요 특징은 불평등 감소, 필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공투자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르고스 칼리스(Giorgos Kallis) ICTA-UAB 연구원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약한다"며 "고소득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은 고성장을 목표로 삼는 것을 포기하고, 성장 이후의 정책을 고려해 복지와 생태계 개선을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향후 연구에서 다양한 경제부문과 활동이 탄소배출량과 사회 복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명확하게 밝히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생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부문과 활동을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