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원안위 "안전에 문제없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30 18:39:14
  • -
  • +
  • 인쇄
▲경남 월성원자력본부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경남 경주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진원지 인근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에 내진 성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가 설치됐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됐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원전 안전 부실 문제를 공개했다. 이날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월성원전 전체 원자로의 격납건물에는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고정된 기기가 격납건물 1곳당 약 300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앵커볼트는 원전에 설치되는 모든 기기 및 설비를 바닥,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으로 각종 충격에 대한 사고 예방·완화를 위해 안전설비들을 고정하는 데 사용되는 앵커볼트는 내진 성능 같은 안전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 월성원전 3호기 격납건물의 경우 전체 353개 중 21개 기기만 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성원전은 같은 설계로 시공됐기 때문에 월성 1, 2, 4호기도 유사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 격납건물은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설비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였음을 밝힌 제보자는 "수년 간 앵커볼트 문제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5년부터 관련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규제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설계도면에서 요구한 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이른바 불량 앵커볼트가 1000여개나 나오기도 했다. 2018년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13개 가동 원전의 전체 앵커볼트 1만2000여개 가운데 약 10%가 설계 기준 미달인 셈이다. 또한 재질이 확인되지 않은 앵커도 약 3300여개에 달했다.

김 의원은 "월성원전 격납건물에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됐다는 점은 지진 등 유사상황 발생 시 각종 설비가 고정된 자리를 이탈하며 콘크리트 매입 부위에 균열을 만드는 등의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제보된 사항과 관련된 국내 모든 원전 앵커볼트의 부적합 여부를 철저히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원안위 관계자는 "2017년 월성 3호기 정기검사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원자로를 설계한 캐나다 규제 당국에도 안정성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문제가 발견됐는데도 불구하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국내 원전 14기의 부적합 앵커볼트와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 문제는 한국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운영 사업자의 처참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운영허가 기준을 미달하는 노후원전은 신속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