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은 축산업 로비의 장?...석유기업 이어 육류기업까지 '총출동'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30 12:42:35
  • -
  • +
  • 인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30일(현지시간) 개막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석유기업에 이어 육류기업들까지 로비스트를 앞세워 홍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COP가 로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과 기후위기 전문언론 디스모그(DeSmog)가 입수한 관련 문건에는 "육류업계들은 COP28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고 명시돼 있다.

국제육류연맹(GMA)이 작성한 이번 문건에는 세계 최대 육가공 업체인 JBS를 비롯해 세계 유제품 플랫폼(GDP)과 북미육류협회(North American Meat Institute) 등 육류 대기업들이 COP28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건에는 "COP28에서 육류의 이로운 과학적 증거를 홍보하고자 한다"며 "GMA 회원사들은 육류가 환경에 유익하다는 내용의 홍보 메시지를 고수할 것"이라고 돼 있다. 구체적인 로비 전략도 담겨있다. 일례로 육류회사들은 유엔 식량농업기구(UNFAO)를 대상으로 COP28에서 UNFAO가 '긍정적인 육식사례 전시회'를 열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육류를 지속가능한 영양으로 강조하면서 육류 생산이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문건에 담겨있다. 육류업계는 "육류생산자들이 지속가능한 식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거나 "탄소 친화적인 축산업을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를 줄이는 데 육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거나 "전세계 기아 구제에 육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을 피력할 예정이다.

축산업과 유제품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유제품 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4%를 차지하는데 이는 항공업보다 많은 수치다. 또 축산업은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CO2)보다 85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그동안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만으로도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더구나 유엔 산하 세계식량안보위원회(Committee on World Food Security)는 "기아와 영양실조는 육류 등 식량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접근성, 분배, 권력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축산업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매출 감소를 우려한 육류기업들이 COP28에서 대규모 로비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니퍼 자케(Jennifer Jacquet) 마이애미대학교(University of Miami) 환경과학·정책 교수는 "이 회사들은 COP28에서 단단히 작정하고 나온 것같다"며 "이전에는 뒤늦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로비 준비를 미리 마치고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체인징마켓재단(Changing Markets Foundation)의 누사 우르반시치(Nusa Urbancic) 대표는 "식품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는 필연적으로 육류 및 유제품의 총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업계는 이를 두려워하고 있어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건을 통해 COP28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육류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같은 분석은 사실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에 기후변화에 대한 가짜뉴스를 배포한 전력까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육류협회의 경우는 홈페이지에 기후위기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또 육류 기업들은 COP28에서 축산업이 주요 산업인 나라들을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호주와 미국 등이 마련한 국가 기후정책 홍보관에서 육류 산업을 옹호하는 행사를 주최할 예정이다. 호주와 미국은 전세계에서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큰 소고기 수출국이며, 이 국가들과 육류 업계는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육류 및 낙농 농가가 대체 단백질 사업보다 각각 1200배, 800배 많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케 교수는 "기후 목표에 맞춰 우리의 식단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육류 산업계 사이의 밀월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통 식단 개선은 일반적으로 학교나 개인이 육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나는 육류업계들의 정경유착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육류업계가 줄어들지 않을 것같다"고 우려했다.

자금 로비에 대한 정황도 포착됐다. 최대 20만달러에 이르는 후원을 통해 각종 비정부기구에게 로비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건에서는 COP28에서 식물성 식단을 준비한 '기후를 위한 식량'(Food4Climate)을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했고, 식물성 식단 제공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한편 GMA는 대변인을 통해 "GMA는 업계에 축적된 통찰력, 모범사례, 협업 기회를 제공해  지속가능성과 같은 공동의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잘 연결되고 조율된 육류업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우리는 COP28 등 반-육류 기조의 국제회담에 참여해 입장을 전달하는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