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그랬을까"...분유·기저귀 훔친 미혼모 도운 경찰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2 11:21:46
  • -
  • +
  • 인쇄
▲40대 미혼모의 사연을 듣고 굶주린 아기에게 줄 분유를 고르는 고탁민 경사 (사진=강원경찰청)

가정형편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갓난아기용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경찰이 사비를 털어 도움을 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수상히 본 보안요원에게 적발됐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산후)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훔쳤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간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34) 경사는 처음엔 A씨의 사정을 믿지 않았다. 경찰에 붙잡힌 절도범들이 대게 그렇듯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수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 경사는 A씨가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았는데, 그 안에는 정말 목놓아 울고 있는 생후 2개월의 갓난아기가 있었다.

A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중이던 A씨는 이날 역시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이같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사연이 사실임을 알게 된 고 경사는 곧장 마트로 가서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해 A씨에게 건넸다. 고 경사도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참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 경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도 초보아빠여서 그런지 마트에서 분유, 기저귀를 훔친 절도범이 '오죽하면 그랬을까'하고 짠하더라"며 "어려운 형편에도 어떻게든 아기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우선 아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고 경사는 분유를 건넨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A씨를 도왔다.

사건 일주일 뒤 A씨는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했다"며 "덕분에 여러가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도시의 식물들 생장기간 2주 더 길다...이유는 '인공조명 때문'

도시의 식물들은 밤을 환하게 밝히는 인공조명 때문에 낙엽이 늦게 떨어지는 등 생장시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우한대학교와 미국 밴더빌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에 영향..."감정 조절하는 뇌 부위가 비대"

기후재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신경심리학 연구팀은 기후재난에 노출됐

북극곰 수은 농도 30배 높아졌다...배출량 줄었는데 왜?

전세계적으로 수은 배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덴마크 오르후스대학과 코펜하

'개도국 녹색대출 공공자금으로 매입'...IADB, 기후재원 조달방안 제시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폭우 오는데 '캠핑장' 환불 안된다고?..."기상악화시 환불해야"

기후변화로 폭우·폭설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캠핑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은 기상악화로 인해 예약한 캠핑장을 취소해도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