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향수도 '휘청'...佛 향수원료 수확량 '반토막'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1 08:00:02
  • -
  • +
  • 인쇄
폭염과 가뭄으로 화초재배 갈수록 어려워져
화초 수확량 줄면서 향수원료 가격 천정부지
▲흰 자스민 꽃. 프랑스 그라스에서 재배되는 자스민은 향수원료로 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사진=언스플래시)

기후위기로 프랑스 향수 원료 재배에 위기가 닥쳤다.

기후변화로 연이은 폭염이 세계의 향수 수도인 프랑스 도시 그라스(Grasse)의 향수생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라스는 17세기부터 캐비지 로즈, 튜베로즈, 라벤더, 자스민 등 꽃 재배가 번성하면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생산지가 됐다. 유니스코에서 2018년 그라스의 향수문화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고, 디올과 샤넬같은 세계 명품 브랜드들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향수 원료로 향수를 만들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의 원료는 고가로 거래된다. 그라스의 자스민은 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이 지역 향수의 품질을 위협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 폭우 등이 잦아지면서 화초재배가 어려워지는 탓이다. 특히 폭염이 튜베로즈 등 일부 꽃의 성장을 저해하고 장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그라스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화초 수확량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4대째 향수원료를 생산하는 캐롤 비앙칼라나(Carole Biancalana)는 "튜베로즈 수확량이 40% 감소하는 등 기후변화 영향을 직접 느꼈다"면서 "겨울은 따뜻해졌고 봄은 계절에 맞지 않는 한파가 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향수산업에 타격을 받는 곳은 비단 그라스뿐만이 아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날씨가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화하면서 전세계 향수의 주원료 생산, 특히 업계의 핵심소재인 바닐라가 타격을 입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재배되는 바닐라 작물은 최근 몇 년간 폭염에 시달렸고, 2017년에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으로 작물의 30%가 파괴됐다. 이로 인해 가격이 1kg당 600달러 이상 치솟았다.

베누아 베르디에(Benoit Verdier) 프랑스 향수제조업체 엑스니힐로 파리(Ex Nihilo Paris) 공동대표는 "기후변화가 향수 냄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엑스니힐로는 기후위기로 바닐라, 샤프란 등 원료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어 앞으로 향수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수를 재배하는데 많은 물과 땅이 필요하고, 원료 운송과정에서도 상당한 탄소배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천연 원료를 합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베르디에 대표는 "연구실에서 향수를 만드는 것이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