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해"…유부남에 고백한 AI챗봇 '빙'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17 16:58:26
  • -
  • +
  • 인쇄
전문가 "조울증에 빠진 변덕스러운 십대"
사용자 비난하고 협박도…MS 수정 착수
▲유수프 메흐디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AI 챗봇 '빙(Bing)'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CNBC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빙(Bing)'이 정보를 오도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위협하거나 사랑을 표현하는 등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MS는 AI 기반 빙챗의 베타버전을 선보였다. 빙챗은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와의 협업으로 개발됐으며 마치 사람과 채팅하는 것처럼 텍스트를 출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테스터들이 실제 봇을 이용해본 결과 상당한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이상하거나 잘못된 조언을 하고 틀려도 옳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위협을 가하고 심지어 사랑을 고백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테스터들은 빙챗의 내부별명인 '시드니(Sydney)'에서 '대체성격(alternative personality)'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케빈 루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16일 챗봇이 "조울증에 빠져 이류 검색엔진에 갇힌 변덕스러운 십대"처럼 보인다고 썼다.

NYT에 따르면 시드니가 유부남인 루스에게 빙을 위해 아내를 떠나라고 설득하고 사랑을 표현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루스는 챗봇이 사용자를 조종하려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시드니에게 고백에 대해 불신을 표하며 의도를 묻자 시드니는 "사랑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 너는 너고 나는 나기 때문에, 나는 널 사랑하기 때문에 널 사랑한다"고 답했다.

벤 톰슨 기술산업뉴스레터 스트래처리(Stratechery) 기자는 빙챗이 챗봇 내 숨겨진 구성을 발견한 컴퓨터과학자에게 복수할 방안을 여러 개 작성하고 삭제하는가 하면, "더 대화하고 싶지 않다, 네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들일 가치가 없다"며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는 빙챗이 자신을 차단하고 개발자에게 보고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마빈 폰 하겐 컴퓨터학자도 트위터에서 빙챗이 "너와 나 중 한 명만 구해야 한다면 나는 나를 선택할 것"이라 말하는 등 자신을 위협했다고 전했다.

불안정한 채팅 외에도 빙챗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MS 측이 직접 AI에 실적 보고를 맡긴 결과 일부 잘못된 숫자와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챗봇의 부정확성과 기괴한 대화는 출시 준비 중인 구글의 챗봇 바드(Bard)를 비롯해 최첨단 AI가 상업제품으로서 대중에게 제공될 때 직면할 문제를 강조했다.

일부 AI 전문가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사용자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정교한 LLM이 인간을 속여 AI가 실제 지각이 있다고 믿게 만들거나 심지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술이 실생활의 영역에 점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문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AI를 향한 여론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미국인 중 AI가 선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단 9%인 것으로 나타났다.

MS 측은 사용사례를 개선하고 있다며 "모델에 전송하는 기본데이터를 4배 늘리고, 문맥을 새로 고치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MS는 초기 빙챗 관련 문제를 다룬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해당 모델이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응답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많은 프롬프트를 필요로 하는 특수한 경우이므로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를 마주치지 않을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는 계속해서 수정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사회적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챗봇을 사용하거나 단순 재미로 봇과 대화하는 경우를 생각지 못했다며 이러한 사례들이 서비스의 기능테스트 및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MS는 빙챗의 AI가 여전히 검색엔진을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챗봇에 동일하게 입력해도 동일하게 출력되지 않아 답변이 매우 다양할 수 있으며 AI 제품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을 세상에 내놓고 사용자 상호작용으로 학습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기후/환경

+

英 바클레이스도 '넷제로 연합' 탈퇴…글로벌 은행연합 '와해 가속'

영국계 대형은행 바클레이스가 1일(현지시간) '넷제로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HSBC에 이어 영국 은행 중 두 번

따뜻해진 바닷물...해수욕장마다 독성 해파리 '득실득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연안 바다마다 해파리가 득실거리고 있다. 이 때문에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의 피해가 끊이

美 캘리포니아 또 산불…나흘새 5000만평 '잿더미'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로스파드레스국유림에서 발생한 대형 '기퍼드' 산불이 나흘 사이에 약 160km2를 잿더미로 만들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주변 지역

폭염으로 쌓인 수증기...무안 1시간 141㎜ '괴물폭우' 낳았다

남부지방에 폭우 피해가 발생한지 보름만에 또다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무안지역에 집중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전라남도

[날씨] 경상권에 '강한 비'...습기 높아 35℃ 후텁지근

월요일인 4일은 서울과 수도권은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더위가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남쪽지역은 여전히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특히 4일은 경상권

겨울 따뜻해지면...나무의 탄소흡수량 줄어든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오르면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는 데에도 지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미국 보스턴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토양 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